소나무 이어 참나무도 다 죽어간다

▲ 울산시 울주군 문수산 정상부근에서 울산생명의 숲 윤석 사무국장이 참나무시들음병에 걸린 수령 60년이상 된 참나무를 살펴보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에 밀려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참나무 암’으로 불리는 참나무시들음병이 문수산 일대에서 울산지역 산림 전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방제 시기와 방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허술한 방제행정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참나무시들음병의 초기 진압에 가장 중요한 예찰활동도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문수산 일대 유행하다 주춤
지난해부터 북구까지 침투
울주군 ‘롤트랩’ 설치 않아
시들음병 확산 사실상 방치
북구 방제예찰활동도 미흡

◇북구까지 침투한 참나무시들음병

31일 등산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문수산 정상 일대. 수령 80년 정도된 참나무들이 말라 죽어가고 있다. 참나무 밑둥에는 작은 구멍이 수십개 뚫려 있었고, 톱밥같이 보이는 가루가 수북이 쌓여 있다. 구멍들 사이로 흘러나온 수액에는 벌과 파리떼가 달라들었다. 참나무시들음병에 피해를 입은 나무의 모습이다. 참나무시들음병은 ‘광릉 긴나무좀(매개충)’이라는 작은 벌레가 곰팡이균을 몸에 지닌 채 참나무로 들어가 병을 옮겨 생긴다. 곰팡이가 번식하면서 수액이 밖으로 나와 거품이 생기고 막걸리 쉰내 같은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병에 걸린 참나무는 줄기의 수분통로가 막히면서 잎이 시들며 짧게는 한달, 길게는 2년안에 말라죽는다. 감염되면 20% 정도는 고사돼 ‘참나무 암’이라고 불린다.

그동안 참나무시들음병은 문수산(청량, 삼동, 범서) 등 울주군 일부 산림에서만 발견됐다. 지난 2012~2013년 문수산 일대에서 크게 확산된 이후 다소 주춤하다 지난해부터 참나무시들음병 청정지역이던 북구지역 산림까지 침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북구 염포산 자락인 오치골 일대에서 참나무시들음병 피해목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재선충병 방제에 밀려 관심이 멀어진 틈을 타 참나무시들음병이 문수산을 포함해 다시 확산될 조짐이 있다면서 정확한 예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엉망진창 방제행정이 확산키워

또 산림당국의 허술한 방제행정이 참나무시들음병의 확산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울주군은 올해 참나무시들음병 예방방제 시기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까지 나온 예방방제의 최선책은 피해목이나 주변 나무에 곰팡이를 옮기는 매개충이 오가지 못하도록 끈끈이 ‘롤트랩’을 감아두는 것이다. 매개충의 특성상 롤트랩은 설치 시기가 가장 중요하다. 방제지침에 따르면 4월에는 전년도 피해목에 롤트랩을 감고, 그 주변에 벌채한 유인목을 설치해야 한다. 또 5~6월 사이에는 신규 피해목과 그 주변 20m의 나무에 롤트랩을 집중 설치해야 한다. 이어 6월에는 피해지역에 살충제(페니트로티온유제)를 살포해 매개충의 밀도를 줄여야 한다. 그러나 울주군은 올해 이같은 방제활동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병의 확산을 사실상 방치했다는게 환경단체의 지적이다.

초기진압에 가장 중요한 방제예찰 활동도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발병장소가 염포산 일대로 확산, 방제가 시급한 상황이지만 북구청은 피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울주군을 제외한 나머지 지자체는 참나무시들음병 예찰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이렇다보니 참나무시들음병의 확산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울산생명의숲 윤석 사무국장은 “북구 염포산 곳곳에서 피해목이 발생하고 있다. 초기대응에 실패하면 문수산처럼 확산을 막기 힘들다”며 “정확한 예찰과 시기에 맞는 적절한 방제가 진행되면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산림당국의 방제행정은 크게 미흡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울주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난해 피해목 조사에서 신규 피해목이 나타나지 않아 올해는 롤트랩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사업비 4900만원을 투입해 내년 4월까지 고사목을 제거한 뒤 5~6월에는 롤트랩을 설치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최창환기자 cchoi@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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