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낙후돼 시민 불편 가중...동구청 민간시설 이유 제외

방어진 관문 낙후된 이미지...반쪽사업 우려 목소리 높아

▲ 울산시 동구 방어진의 관문역할을 하는 시외버스정류장이 낙후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울산 동구 방어진의 관문에 위치한 시외버스정류장이 도심 속의 오지로 전락하면서 승객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고, 도시재생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동구청은 국가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도시재생사업을 전개, 방어진 일대를 관광 자원화하겠다고 나섰으나 정작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은 빼놓았다. 관할 시설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장맛비가 쏟아진 지난 1일.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 대합실은 비를 피하기 위한 승객들로 가득했다. 비가 내려 평소보다 시원한 날씨였음에도 대합실 안은 사람들의 체온과 숨결에 사우나를 방불케 했다.

대합실이라고는 하지만 앉을 자리는 얼마되지 않고, 에어컨 등 냉·난방시설도 없어 대합실 밖에서 대기중인 승객도 여러명이나 됐다. 표를 끊는 매표소는 물론 버스시간 등을 물어볼 기본적인 안내시설이나 인력도 없어 정류장을 청소하는 아주머니가 승객들의 질문에 일일이 대답하고 있었다.

방어진은 울산 동구의 모태가 된 구도심으로, 이 곳에 위치한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은 부산 노포동(36회)을 비롯해 해운대(15회), 동대구(17회), 서울(2회), 강원권(1회) 등 주요 지역으로 하루에만 70여회 이상 향하는 동구 주민들의 다리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러나 정류장에 대한 시설개선 사업 등이 이뤄지지 않아 이 일대가 도심 속의 오지로 전락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을 지역 행정기관에서도 알고는 있으나 이 정류장이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아 운영하는 정식 터미널이 아닌데다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시설개선을 지원하거나 낙후시설을 정비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는 상태다. 실제로 동구청에서는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이 언제부터 운영됐는지 등 기본적인 자료조차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건축물대장 등을 통해 현재의 대합실 건물 등이 지난 2001년 새로 지어졌다는 내용만 확인될 뿐이다.

이 가운데 동구청은 방어진 일대에 서 추진하는 도시재생사업 계획에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을 제외시켰다. 이에 따라 동구 원도심인 방어진항 인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이번 사업이 반쪽사업으로 전락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동구청이 추진중인 도시재생사업은 국비 60억원 등 총 125억원을 들여 조선경기 침체로 쇠퇴한 방어진항 인근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켜 도시기능을 강화하고, 주민소득을 증대시키는 관광자원화 사업이다.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 인근 한 식당 주인은 “방어진 주민들에게 이곳은 터미널이자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광장 같은 곳이었다”며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방어진 일대를 정비해놓고 정작 방어진 입구에 위치한 시외버스정류장을 그대로 방치하면 자칫 낙후된 지역 이미지만 심어줘 오히려 방어진 관광 자원화에 역효과를 낳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울산지역 교통 전문가들은 “방어진시외버스정류장 뿐만 아니라 울산시외버스터미널을 포함한 울산지역 전체의 시외버스터미널 체계를 재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장세동 동구향토사연구소 소장은 “1918년 버스조합이 울산과 방어진을 운행하는 자동차운행허가를 받았다는 사료가 있고, 방어진에 거주했던 한 일본인이 그린 방어진 약도에서 방어진버스조합이 방어진항 일대에 있었던 것이 확인된다. 이 일대에 오래전부터 방어진과 외부를 이어주는 버스정류장이 있었다는 것은 과거 자료 등으로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호기자 kjh1007@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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