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할 수 있는 안전사회로 성장을
불안은 대응방향 바꾸면 기회가 돼

▲ 정복금 울산시 북구의회 의장

요즈음 우리는 어쩌면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불안의 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자연재해는 피할 길이 없다지만 지진이 흔들어 놓은 우리네 마음, 태풍 차바가 남긴 잔인한 수해의 흔적들이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우리의 삶은 불안을 떨쳐내고, 새로운 불안을 맞아들이고, 또 다시 그것을 떨쳐내는 과정의 연속일지도 모른다”고 했던 알랭 드 보통의 말처럼 우리는 연이은 자연재해와 그 어떤 것도 믿기 힘든 불신의 사회 속에서 불안이라는 성벽을 쌓고 각자도생이라는 씁쓸한 말을 내뱉으며 그 안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하지만 위기는 뒤집어 보면 기회로 작용한다. 불확실성이 가져온 불안의 시대는 증폭하는 불안을 감소시키고 대응할 수 있는 방향과 전략으로 바꾼다면 그 너머에 있는 기회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장기적인 불황에도 기존의 낡은 방식을 도려내고 엄격한 품질기준 도입으로 고객의 신뢰를 확보, 큰 성장세를 이루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지금 드러난 불확실성에 대비해 나가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로 만들어 나간다면 이 위기는 축복이 될 수 있다.

지난 9월 규모 5.8의 지진은 일상진동에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드는 지진 트라우마를 남겼지만 달리 생각하면 더욱 안전한 사회에 살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게 만든 좋은 계기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대규모 자연재해 앞에 재난대비 대응시스템의 혼란은 국민의 불신을 더욱 가중시켰지만 500회가 넘는 여진이 이어지자 사회 곳곳에서 활성단층의 위험성과 연계한 원전안전 강화를 위한 대책 수립, 건축물 내진설계 강화, 지진재난 현장조치 행동매뉴얼 현행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지진 발생 시 시민행동요령이 아파트 게시판에 부착되는 등 일상 속에 안전한 사회를 이룩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더해지고 있다.

북구의회에서도 지난 9월 지진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강북교육지원청에 학교운동장 개방과 화장실 사용 등에 대한 협조요청을 한 바 있는데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당장은 미비하더라도 더욱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수해가 남긴 흔적도 마찬가지다. 태풍 차바가 매몰차게 쏟아버린 비는 수천억대의 재산피해와 황량해진 삶의 터전이라는 상처를 남기며 울산 시민들의 눈물이 되었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태풍은 자연재해가 없는 살기 좋은 도시 울산이라는 어른들의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였고, 응급복구를 넘어서 원래의 제 모습을 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우리 긍정의 힘을 발휘해보자. 예측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지만 충분히 대비하지 못했던 인재였다는 부분을 인정하고, 드러난 문제점들을 교정해 나가자. 기반시설물을 꼼꼼히 점검하고, 하천관리에 취약한 점은 미리 수정해나가는 등 올바른 방향과 대안으로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이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수해로 마을 진입도로가 유실되고 소 막사가 떠내려가는 현장 속에서 복구에 참여했던 필자는 말할 수 없는 참담함을 느꼈지만 전국에서 몰려드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 속에서, 주말도 반납하고 현장에서 복구활동을 했던 공무원들의 땀방울 속에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구슬땀을 흘리던 가족 봉사단의 따뜻한 마음에서 우리 시민들의 온정과 힘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함을 느끼며 한분 한분에게 머리가 숙여지던 그 순간들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러한 참된 구성원들이 있는 사회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리는 없지 않는가.

조선업 경기 침체, 지진, 태풍, 노후화된 원전가동에 대한 우려 등 셀 수 없이 밀려드는 불안 속에 놓여 있는 우리에게 지금의 위기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회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불안의 시대 그 너머에 있는 기회의 손을 힘껏 잡아보자. 위기는 또 하나의 기회이다.

정복금 울산시 북구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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