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락천 울산중앙병원 내과 전문의가 노로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최근 독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노로바이러스 감염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겨울 노로바이러스 환자가 지난 겨울보다 2배 이상 늘었다. 특히 지난해 11월 이후 급성 장염 증세를 동반하며 집단 유행한 사례 113건 가운데 47건의 역학조사를 마친 결과 40%에 달하는 19건이 노로바이러스에 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19건 중 13건(68%)은 아이들이 단체생활을 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발생했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증은 오염된 물이나 조개 등의 어패류를 먹거나 환자와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며 설사와 구토, 발열 등을 동반하는 급성 장염의 일종이다. 보통 여름철에 발생하는 세균성 식중독과 달리 낮은 온도에서도 오랫동안 생존이 가능해 겨울철 식중독의 주범으로 꼽힌다. 노로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손을 철저히 씻고 음식물은 반드시 익혀 먹어야 한다.

영하 20℃에도 생존 가능한 균
추워지면 기승…소량으로 발병
오염된 물과 음식 섭취로 감염
공기 통해서도 타인에게 전파

복통·근육통·설사·구토 등 증상
대부분 3~4일 지나면 자연치유
면역력 약한 노약자 탈수 위험
14주면 항체 소멸, 재감염 가능

◇겨울철 식중독, 노로바이러스가 주원인

겨울철 장염을 일으키는 주원인은 노로바이러스다. 식중독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배락천 울산중앙병원 내과 전문의는 “영하 20℃에서도 생존이 가능한 노로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한 장염을 노로바이러스 장염이라고 하며 11~3월에 많이 발생하는 대표적 겨울철 장염이다. 노로바이러스는 추위를 잘 견디고 낮은 온도에서 오히려 활동이 활발해 진다. 10개 정도 소량의 균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어 음식부패가 비교적 적은 겨울철에도 집단적 장염이 유행한다”고 설명했다.

▲ 손 꼼꼼히 씻고

배 전문의는 또 “노로바이러스에 노출된 지하수, 바닷물 등이 과일류, 채소류, 조개류, 해조류 등을 오염시키고 오염된 음식물 섭취로 감염된다. 감염자의 구토물, 배설물, 타액 등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감염될 수 있으며, 오염된 손으로 만진 손잡이, 장난감 등에 의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장염 전파력은 신종 플루보다 강하다. 신종 플루는 바이러스가 섞인 침이나 대변 등에 직접 접촉해야 전염되지만 노로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더운 여름엔 각별히 신경을 쓰다가 추운 겨울엔 음식물 관리에 소홀한 것도 장염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12~48시간 잠복기 거쳐 증상 발생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대략 12~48시간의 잠복기를 거친 뒤에 메스꺼움, 구토, 복통, 근육통, 두통, 오한, 발열, 설사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배 전문의는 “대부분 3~4일간 증상을 보이다가 자연 치유된다. 하지만 다른 질환 등을 앓아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는 증상이 오래 가고, 탈수나 심한 복통으로 이어져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린이나 노약자가 탈수 증상을 보이면 입원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 도마칼깨끗하게

유행하는 시기에 전형적인 노로바이러스 증상을 보이는 경우 임상적으로 진단하게 된다. 또 중합효소연쇄반응(PCR), 효소면역법(ELISA), 전자현미경 등을 이용해 바이러스를 검출하고 확진한다. 병원에서는 필요시 키트검사를 통해 간단히 진단할 수 있다.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식중독은 치료제나 예방백신이 없다. 결국 철저한 예방만이 답이다. 배 전문의는 “한 번 감염되더라도 14주 정도 지나면 항체가 소멸된다. 위생상태가 불량하면 재감염이 가능하고 치료약제 역시 개발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손씻기 등 개인위생관리 신경 써야

노로바이러스의 경우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면 전염되기 때문에 예방을 위해선 개인 위생에 특히 신경써야 한다. 손을 철저히 씻는 게 가장 중요하다.

배 전문의는 “유행하는 시기에는 외출에서 돌아오거나, 화장실에 다녀온 후, 식사전, 음식을 만지기 전에 세정제나 비누 등을 이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 번 감염됐던 사람은 다시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냉동실에서도 잘 버티는 바이러스여서 냉장고 속 음식도 안심할 수 없다.

▲ 음식물은익혀서

배 전문의는 “어패류(조개, 굴 등)는 85도에서 1분 이상 익혀서 먹고, 끓인 물을 섭취하도록 하며 과일 및 채소는 바이러스에 오염되지 않은 물에 충분히 씻고 껍질을 벗기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 도마는 깨끗한 물로 충분히 세척후 햇볕에 1~2시간 동안 소독해 사용하고 조리도구는 채소용, 고기용, 생선용으로 구분해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력이 좋은 일반적인 소아나 성인의 경우 4일 이내로 대부분 합병증 없이 호전되는 질환이지만, 고령 및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의 경우 심한 탈수 및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사망할 수도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배 전문의는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 증상이 심한 경우라면 수액요법 등을 통해 탈수를 방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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