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내홍 사태로 분수령

한국당 “홍준표 중심으로 뭉쳐야”…南·趙 접촉하며 단일화 시도
유승민 ‘완주론’에 바른정당 ‘단일화론’ 충돌…‘逆탈당’ 현실화

대선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범보수 진영의 갈등이 격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지율 상승세인 홍준표 후보를 중심으로 범보수가 뭉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홍 후보 사퇴를 주장하며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당과 바른정당에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3자 단일화’를 바른정당 의원들이 촉구하고 나서 상황은 더 복잡해졌다.

바른정당 의원 20명은 28일 성명에서 “이번 대선에서 좌파 집권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 3자 후보 단일화”라며 홍 후보, 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해 단일화 논의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바른정당 소속 의원 33명 가운데 유 후보의 측근 그룹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의원이 단일화를 요구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막을 유일한 수단이 3자 단일화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문제는 3자 단일화는 홍 후보, 유 후보, 안 후보가 모두 거절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홍 후보와 유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 정도만 거론된다.

특히 유 후보는 소속 의원들이 ‘반기’를 드는 상황에서도 대선 완주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는 이날 “자기 당 후보를 어디에 팔아넘기고, 이런 것은 옳지 않다”며 “아무리 저를 흔들어대도 조금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와 단일화하면 좋지만, 굳이 단일화하지 않더라도 문 후보, 안 후보와의 3자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의 바른정당 내홍 사태에서 보듯 유 후보는 스스로 무너질 것이라는 게 한국당과 홍 후보의 전망이다.

유 후보와 단일화 협상을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뿐 아니라, 홍 후보로 단일화를 하더라도 유 후보의 지지층은 홍 후보보다 안 후보에게 더 많이 간다는 한국당 내부 분석도 있다.

한국당은 유 후보가 사퇴할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 단일화를 요구하는 바른정당 의원들의 불안감을 자극하는 쪽으로 전략을 잡았다.

한국당은 “대선 이후에는 복당의 문을 닫겠다”는 방침을 바른정당 의원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을 중심으로 바른정당 탈당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압박에 단일화 요구 의원들 가운데 일부가 탈당 대열에 섰다.

이은재 의원은 이날 바른정당을 탈당해 한국당으로 복귀하면서 홍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지난 1월24일 바른정당 창당 이후 첫 ‘역(逆) 탈당’ 사례다.

유 후보가 단일화를 끝내 거부할 경우 이날 단일화 촉구 성명을 낸 의원 중에서 추가 탈당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유 후보 측은 이 의원의 탈당에 “열심히 뛰는 후보의 등에 칼을 꽂는 행위”라고 맹비난했다.

한국당은 이처럼 바른정당을 흔드는 한편, 새누리당 조원진·통일한국당 남재준 후보의 ‘태극기 진영’을 흡수하려고 교섭 중이다.

조 후보는 홍 후보에 ‘일대일 토론’과 배심원 투표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했으며, 남 후보는 “단일화가 합의되면 즉각 후보직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홍 후보 측근인 이종혁 특보단장은 기자들에게 “보수가 하나가 되는 일을 계속 노력하고 있다”며 “가시적 결과가 오늘내일 연이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변희재 전략기획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탄핵의 주범들과 ‘사기 탄핵’의 진실을 밝히겠다는 후보가 대체 어떻게 손을 잡겠다는 것인가”라며 바른정당을 포함한 단일화에 부정적 견해를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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