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밧줄 추락사’ 현장검증...5남매에 노모까지 7식구 가장

안타까운 사연에 온정 이어져

▲ 아파트 외벽 작업자가 켠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밧줄을 잘라 살해한 40대가 15일 범행 장소인 경남 양산시 한 아파트에 경찰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 양산시 웅상의 한 아파트 주민이 ‘시끄럽다’는 이유로 밧줄에 매달려 아파트 외벽 홈 메우기 작업을 하던 작업인부의 밧줄을 끊은 사건에 대한 현장검증이 15일 오전 9시30분 현장에서 이뤄졌다.

15층 아파트 외벽 작업자가 켠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며 옥상에 올라가 밧줄을 잘라 매달려 있던 작업자를 떨어뜨려 사망케 한 서모(41)씨.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된 서씨는 이날 범행 장소인 아파트에 고개를 숙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서씨가 차에서 내리자 현장에서 지켜보던 유가족의 분노와 주민들의 안타까운 탄성이 쏟아졌다.

숨진 김모(46)씨 큰형(53)은 “네가 인간이냐.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울부짖었다. 현장에 있던 주민 30여명도 일제히 원망과 분노를 쏟아냈는가 하면 일부 주민은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치기도 했다. 서씨의 대답은 “죄송합니다”가 전부였다.

서씨는 비공개 검증에서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가 집에 있던 공업용 커터칼로 밧줄을 자르는 장면을 재연했다. 이 밧줄은 작업자 김씨가 아파트 외벽에서 온 몸을 지탱하던 유일한 끈이었다. 순간적인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이 사건 현장검증은 40분 만에 끝났다.

지난 8일 오전 8시13분께 추락사한 김씨는 아내와 고교 2학년생부터 27개월된 아이까지 5남매의 행복을 혼자서 책임진 가장이었다. 그는 칠순 노모까지 모시고 부산에 있는 20평짜리 주택에서 전세로 살았다.

고인은 결혼 후 장인이 하는 가게 일을 돕다 2년여 전부터 부산의 한 건설업체 하청을 받아 외벽청소일을 해왔다. 고층건물 외벽청소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득(월 300만~400만원)을 올릴 수 있다고 보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외벽청소를 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을 위해 악착같이 삶을 살았던 고인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졸지에 가장을 잃은 김씨 가족을 돕기 위한 온정의 손길도 이어지고 있다. 김갑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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