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 생존 달린 현대重 조선업
현실 직시하고 정면 돌파 위해
노조 손잡고 난관 극복에 총력

▲ 이무덕 (사)울산동구중소기업협의회장

故정주영회장이 1972년도 3월에 조선소건설이란 깃발을 꽂고 미포만에 공장을 세운지도 벌써 45년여가 지나고 있다.

당시 필자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매일 굉음과 함께 거대한 기계와 대형 트럭들이 왔다 갔다하는 모습이 몹시 신기하고 놀라워 친구들과 공사현장에 달려가 구경했다.

마치 어제 일처럼 떠오른다. 특히 요즘같이 크레인들이 움직이지 않고 사람도 없는 황량하리만큼 적막한 도크장에 우두커니 서있는 모습을 보면 더욱 그렇다.

호각을 불면 큰 굉음과 함께 땅속에서 지진이라도 난듯 돌덩이가 하늘을 나르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지금의 도크장이 건설되고 크레인을 세워졌다. 그리고는 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때 필자는 오자불이라는 곳에서 살았다. 지금의 현대중공업 특수선 정문이 있는 곳인데 그곳엔 집이 4채 정도 있었다. 멀리 전하동쪽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밤낮 구분 없이 환한 불빛을 비추며 다른 세상을 연출했다. 돈을 벌어 잘살겠다는 꿈으로 전국에서 모인 근로자들은 정말 열심히들 일했다. 마치 아메리칸드림을 연상케한다. 그리고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은 밝은 크레인 불빛아래 개도 5만원권 지폐를 물고 다닌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부유한 울산 동구가 됐다. 그야말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산다는 도시로 비춰졌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을 어떤가? 조선업이 10년에 한번씩 불황을 겪는다고 하지만 그렇게 어려운 줄 모르고 지내다보니 그런가, 우리는 너무 위기에 대비하지 않고 안일하게 살았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잊고 산 결과는 아닌지.

스웨덴의 경우를 보자. ‘말뫼의 눈물’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말뫼조선소의 골리앗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우리나라로 수입될 때 우리 또한 우리조선소의 크레인이 1달러에 팔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야 했다.

우리의 조선산업이 중국의 거대한 자본과 값싼 노동력에 밀리고 있다. 심지어 기술 유출까지 잇따르고 있다. 한때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다가 잠시 우리에게 자리를 내준 일본은 또 어떠한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정부 차원에서 조선업을 다시 지원하고 있다. 무이자대출로 원가를 낮추고 있다. 도무지 우리가 설 곳이 없는 것 같다. 자본은 중국에 밀리고 기술에서는 일본에 밀리는 우리의 현실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걱정이다.

2만명이 북적거렸던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부는 이제 6000명으로 줄었다. 내년에는 그나마도 다 떠나야 하는 현실이다. 막연한 음모론이나 현실 외면으로 어떻게 될 문제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정면 돌파를 해야하지 않을까? 노조, 회사를 따질 때가 아닌 것 같다. 절체절명, 우리 동구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이 시점에서 필자가 하고 싶은 말은 현대중공업 노동조합과 회사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양보할 건 양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로의 손이익을 따질 것이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이 어려운 난관을 극복할 것인가를 논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주력사업은 조선임을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가까운 거제시의 D중공업은 적자 영업을 해도 우리의 세금으로 처리되고 있으며, S중공업은 주력사업이 전자산업이다.

우리는 어떠한가? 적자를 보아도 대체할 곳이 마땅치 않다. 말 그대로 막다른 골목에 내몰린 것이다.

부산에 있는 H중공업은 노조위원장이 영업부와 함께 영업을 하며 실적을 올려 성과를 내고 지금은 노사가 협력해 어려운 시기를 잘 넘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옛날 현대중공업도 노조위원장 출신이 영업을 하고 협상을 잘 이루어 낸 일도 있지 않는가? 회사와 노조가 이제는 서로가 협력해야만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스웨덴의 ‘말뫼의 눈물’이 ‘동구의 눈물’이 될지 모른다.

故정주영회장이 처음으로 배를 수주했던 일화는 너무도 유명하다. 전세계에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안다. 조선소도 짓기 전에 지폐에 그려진 거북선을 들이밀며 첫 배를 수주했던 그때의 도전정신과 간절함으로 다시한번 최고의 힘을 발휘, 동구의 빛이 환하게 밝혀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이무덕 (사)울산동구중소기업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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