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몰락을 기회로 바꿔
울산센터도 창업자 천국 되길

▲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무엇이 저 많은 투자자와 창업자의 발걸음을 이곳으로 향하게 하는 것일까.” 지난달 30일에서 이달 1일까지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에서 열린 ‘SLUSH 2017’을 다녀오며 계속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던 화두였다.

SLUSH(슬러쉬)는 매년 11월30일에서 12월1일,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스타트업’(신생기업) 축제다. SLUSH의 사전적 의미는 ‘눈 녹은 찌꺼기’정도로 해석되는데, 핀란드의 초겨울엔 얼음이 밤에 살짝 얼었다 낮엔 녹는 슬러시 상태가 되는데, 이 계절에 하는 행사라는 뜻이다. 2011년 헬싱키 소재 알토대학의 창업동아리들과 그 대학의 스타트업 엑설러레이터 ‘스타트업사우나’가 주축이 돼 300명 정도가 모여 시작한 모임이다. 축구장 크기의 실내에서 휘황찬란한 레이저 빔 속에서 매인무대, 피칭무대 등으로 나눠 이틀 내내 명사강연, 성공 CEO강연, 스타트업들의 피칭이 계속된다. 2000여개의 스타트업 중 예선을 거친 100개의 스타트업이 배틀 형식으로 회사를 소개하고 마지막 날 최후의 3개 스타트업 결승전을 통해 최우수 스타트업을 배출하는 축제다.

이 모임이 올해는 120여개국으로부터 2600여개의 스타트업, 1500여 벤처케피털 등 총 참여자가 2만명이 넘는 참가자로 행사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2500여 자원봉사자들이 이틀 동안의 행사를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외투를 맡아주는 번호표만도 1만5000번을 넘었다. 올해는 미국의 엘 고어 전 부통령이 오프닝 연설을 위트 넘치게 해 많은 박수를 받았다. 더욱이 놀라운 것은 여기에 참가하는 스타트업은 395유로, 투자자는 795유로(한화 약 100만원)의 참가비를 사전에 납부해야 하며, 이미 시작 보름 전에 마감이 될 정도였다는 것이다. 국내의 창업페스티벌들이 부스 마련 비용을 주체측이 부담해 주면서도 참가자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을 생각해 보며 무엇이 이러한 차이를 가져오는지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11월말의 헬싱키는 산타클로즈의 고향답게 눈이 쌓여 아름다운 계절도 아닌, 참으로 을씨년스러운 계절이다. 바로 그 계절을 활용해 낮은 비용으로 장소를 빌리고, 오히려 이 행사를 통해 헬싱키를 활기 넘치게 한다는 발상의 전환이 놀라웠다.

핀란드는 전체 인구가 550만명 정도이고 헬싱키의 인구는 약 5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도시에서 이렇게 큰 세계적인 축제를 벌일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진정 궁금했다. 이 기간에는 헬싱키 시내의 호텔은 방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고, 헬싱키 시내에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참가자는 1시간 넘게 외부의 다른 도시로 가기도 했다. 참가자도 자원봉사자를 제외하면, 70~80%이상이 외국인으로 보였는데, 이들 또한 국적기인 핀에어를 이용해 비행기 표를 구하기가 어려웠다. 그러고 보니 이 행사가 핀란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키아로 상징되는 핀란드의 경제가 노키아의 쇠락으로 크게 어려움에 처했으나, 오히려 이를 역이용해 노키아에서 퇴출된 사람들이 그 기술에 창의력을 더해 오늘날 창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한 것이 오버랩 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그들의 지혜가 돋보였다.

참으로 저 많은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발길을 헬싱키로 끌어들이는 힘은 무엇일까? 결국은 투자자는 여기에 오면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신선한 스타트업을 찾아낼 수 있다는 확신과 스타트업들은 이곳에서 자신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제대로 프리젠테이션 하기만 하면, 든든한 투자자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그리고 일반인들은 미래의 세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미약하지만, 우리 울산센터가 기술창업과 아이디어 창업에 더욱 정진해 울산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산업의 싹을 키워 벤처케피털이나 투자기업에게는 미래산업을 선도할 스타트업을 만날 수 있는 곳, 우리 센터를 찾아오는 창의적 스타트업들에게는 여기에 오기만 하면 걱정 없이 기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확신만 준다면 우리 센터도 작은 SLUSH가 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다짐을 해 본다. 아울러 우리 울산이 창업자의 천국, 투자자의 메카로 또 다른 헬싱키가 되길 기대하며 과거 산업화시대를 견인해온 산업수도로서 4차 산업시대에도 여전히 이 나라 경제를 이끌어가는 중심도시가 되는 모습을 그려본다.

권영해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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