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제자리 맴돌며 지역경제 피폐
노사는 동구발전 동반자임을 각성해
조선불황 위기 한마음으로 넘어서야

▲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현대중공업 임단협 합의안 부결은 동구주민과 울산시민 모두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다. 4개 사업장 가운데 현대일렉트릭과 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 3개사는 가결한 반면 현대중공업은 56.1%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조선업 불황과 함께 지난 2014년부터 현대중공업 노사가 파업에 들어간 이후 우리 동구의 경기는 급속히 침체됐다.

한때 18만명을 훌쩍 넘어섰던 동구의 인구는 17만3000명까지 감소됐다. 점심시간과 퇴근 무렵에 많은 손님들로 북적이던 음식점은 텅 비어 있고, 직원 인건비도 나오지 않아 가게를 내 놓았거나 주인 혼자 빈 점포를 지키고 있는 곳도 많다. 노사의 임단협이 제자리를 맴돌면서 우리 동구의 경제는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피폐해지고 있다. 우리 동구 주민들로서는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지난 연말에 동구지역 소상공인들과 함께 조속한 임단협 타결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우리 지역의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는데, 기대 밖의 결과에 지역 소상공인과 우리 구민들은 정말 안타까워하고 있다.

동구는 지난 1972년 현대중공업이 미포만에 조선소를 세우면서 지금까지 회사와 함께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고(故) 정주영 회장이 거북선이 그려진 지폐와 설계도만 들고 해외에서 투자를 유치해 허허벌판 바닷가에 대한민국 최초의 조선소를 세웠다는 꿈과도 같은 일이 현실로 이뤄진 고장이 바로 동구였고, 우리 구민들은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동구에 산다는 사실을 정말 자랑스러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 노사가 19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라는 신화를 이어갔던 지난 1995년~2014년에 우리 동구는 유래 없는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세계적인 저유가로 해양플랜트 사업이 부진에 빠지면서 우리 동구는 춥고 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우리 동구청과 주민들은 조선업 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 관광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교육과 복지, 도시인프라 수준을 높이는 등 동구의 내실을 꾸준히 다져왔다.

조선업희망센터를 유치하고 퇴직자지원센터를 건립했으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경영안정자금을 지원했다. 또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아케이드와 주차장, 고객지원센터 등을 조성했고 상인 대상 마케팅 교육도 실시했다.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해 우리 직원들과 한 달에 두 번 지역음식점을 찾아 단체로 점심식사도 하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 노사를 비롯해 현대미포조선과 한국프랜지 등 지역의 사업장을 수시로 찾아 현장의 애로를 듣기도 했다.

동구 주민들의 이런 노력에 이제는 회사와 노조가 화답해 주기를 바란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회사와 직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동구 발전의 동반자이자 울산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심점이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고, 대승적인 관점에서 긴 안목으로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시길 바란다.

수주 부진에 따른 조업단축이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서로 힘을 합쳐서 위기를 극복해야 할 노사가 대립하고 있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수주한 선박이 본격적인 건조에 들어가기 직전인 올해 상반기가 가장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모두 힘을 모아서 보릿고개를 극복해야 한다.

조선업 불황은 세계적인 경기 흐름에 따른 것이지만 임단협 타결은 우리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노사가 다시 협상의 테이블에 나와 조속한 시일 내에 임단협을 타결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 도시로 번영의 길을 달려온 우리 동구가 세계적인 조선업 불황이라는 위기를 맞아 잠시 멈춰 서야했지만, 이제 다시 달려가야 한다.

그동안 관광산업과 복지인프라 구축 등으로 다져진 내실을 바탕으로 회사와 노조, 지역사회와 주민이 다시 합심하여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도시라는 동구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기나긴 겨울을 끝내고 희망의 봄을 노래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권명호 울산 동구청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