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스키협회 쿼터 인지못해 선수단 9명중 4명만 출전
울산 선수 김동우만 포함…김현태 SNS로 심경 토로
“코치 말 한마디에 불이익…선수추천제 없어져야”

▲ 김현태(왼쪽)는 지난 19일 전국동계체전에서 슈퍼대회전, 대회전 등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평창올림픽 기대감을 높였으나, 출전 자체가 무산됐다. 울산시체육회 제공

지난해 동계 아시안게임 알파인스키 종목 회전·대회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고, 전국동계체전에서 울산에 수많은 메달을 안겨준 국가대표 김현태(28·울산시체육회)의 평창올림픽 출전 꿈이 무산됐다.

김현태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폐회식 기수경험 때문에 이번 올림픽에서 유력한 ‘기수 후보’로 거론됐는데, 대한스키협회의 안일한 행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올림픽 출전 자체가 불발됐다.

일각에서는 대한빙상연맹의 행정 착오로 스피드스케이팅 노선영 선수가 올림픽 출전이 무산됐다가 러시아의 대표선수 2명이 최종 엔트리에서 빠지면서 극적으로 올림픽 티켓을 쥔 ‘노선영 사태’를 연상케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스키협회 계산착오로 출전선수 9→4명 줄어

30일 울산시체육회 등에 따르면 당초 대한스키협회는 알파인스키 종목에서 국가대표 선수단을 총 9명으로 꾸려 평창올림픽에 출전할 계획이었다. 출전멤버는 기술종목(회전·대회전)에 남자 정동현(30·하이원), 경성현(28·홍천군청), 여자 강영서(21·한체대), 김소희(22·단국대), 속도 종목(활강·슈퍼대회전·알파인복합) 남자 김동우, 김현태, 김설경(27·경기도체육회), 이동근(24·국군체육부대), 여자 김서현(27·대전스키협회) 등 총 9명이었다.

이 가운데 울산연고 선수는 울산시체육회 소속 김현태(28·울산스키협회)와 울산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김동우(23·한국체대) 등 2명이다.

하지만 지난 23일 국제스키연맹(FIS)으로부터 한국의 알파인스키 출전권은 총 4장이라는 최종통보를 받았다. 선수단 중 5명은 출전이 불가하다는 뜻이다.

이후 대한스키협회는 지난 24~25일 경기력향상위원회 등을 열고 남자 정동현·김동우, 여자 강영서·김소희 등 4명을 최종 선정했다. 울산연고 선수 가운데 김동우는 포함된 반면 김현태는 빠진 것이다.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대한스키협회의 ‘계산착오’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협회는 이미 확보한 국가별 쿼터 2장(남녀 각각 1장)에 개최국 쿼터 2장(남녀 각각 1장) 외에도 추가 출전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기본 쿼터 외에 출전권을 확보하려면 선수들이 개별 출전 자격을 갖춰야 하는데 국제스키연맹 전체랭킹 320위 이내 포함되거나 종목별 랭킹 30위 안에 포함되면 출전권을 자력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S가 발표한 랭킹에서 한국 선수 중 자력으로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는 없었다.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정동현도 455위, 회전종목 랭킹 32위에 그쳤다.

▲ 지난 27일 대한스키협회의 올림픽 출전멤버 논란이 불거진 후 울산시체육회 소속 김현태가 자신의 SNS에 게재한 글.

출처=김현태 SNS 캡처

◇김현태 SNS에 “한국 1등임에도 빠졌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국가별·개최별 쿼터로 얻은 4장의 출전권이 전부였다. 그러면서 대표팀 단복까지 지급받으면서 당연히 평창올림픽에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해 훈련해온 5명은 대회 2주전 올림픽 출전 불가라는 통보를 받게 된 것이다.

김현태의 출전 무산에 대해 울산스키협회 관계자는 “출전 쿼터가 4장 뿐이라는 것을 확인한 뒤 대한체육회와 공조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S에 서한을 보내 쿼터를 늘려보려 노력했지만 끝내 무산됐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김현태는 최근 자신의 SNS에 “저는 올림픽종목(대회전) 기록으로 한국 1등임에도 출전선수 명단에서 빠져있었다. (빠진)이유는 코치의 선수추천제도 때문이다. 아무리 포인트가 좋아도 코치에게 미운털이 박히면 그 어떤 시합에도 참가하지 못한다. 후배들은 이런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선수추천제도가 없어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지원해주고 응원해준 분들께 너무나 죄송하다”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는 김현태가 대회전 종목에서 객관적 기록이나 성적 등이 앞서는데도, 코치 문제로 올림픽 기술종목(회전·대회전)에 포함되지 않고 속도종목(활강·슈퍼대회전 등)에 포함된 점을 언급한 것으로 읽힌다.

‘노선영 사태’에다 ‘선수 폭행’과 ‘무능한 연맹·협회’ ‘선수선발 논란’ 등 여러 악재들이 겹치면서 안방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체육계를 향한 싸늘한 국민들의 시선에 한국 대표팀 분위기가 뒤숭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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