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살림살이가 조금은 펴질 것으로 기대했던 서민들의 마음이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때문이다. 임금인상의 효과를 제대로 맛보기도 전에 식품·외식업계가 줄줄이 가격인상에 나서면서 반찬값 등을 포함한 생활물가 전반을 위협, 서민경제에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자칫 오른 월급보다 물가가 더 올라 소비를 위축시키는 최저임금의 역습이 현실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물가 영향이 제한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서민들이 체감하는 물가상승은 이미 정부 통계치를 뛰어넘고 있어 물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달 전체 외식물가는 1년 전보다 2.8% 올랐다. 2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편의점 김밥과 도시락, 햄버거, 순댓국, 김밥, 짜장면처럼 대중적인 음식의 가격이 올라 ‘서민 물가’ 부담이 커졌다. 엥겔계수가 17년만에 최대치에 이르렀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포문은 대기업·대형 프랜차이즈 외식업계에서 열고 지역 식당이 가세하는 형국이다.

지난 연말부터 이어진 외식업체 가격인상 소식에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가격을 편법으로 올리는 것을 철저히 조사해 방지하겠다고 했지만 속수무책이다. 그 여파는 식품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식품업계 선두기업인 CJ제일제당이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경쟁업체의 도미노 인상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오는 3월1일부터 핵심상품의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의 요인은 원재료값 상승이다. 햇반의 경우 쌀값이 전년 대비 20% 이상 올랐고 캔햄과 냉동만두의 재료로 쓰이는 돼지고기 가격도 10% 안팎 인상됐다. 덩달아 동일 품목을 취급하는 경쟁사들도 고민에 빠졌다.

4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생산자 물가도 문제다. 한파로 농산물 수급이 여의치 않으면서 가격이 8%이상 뛴 탓이다. 또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석유류 가격도 뛰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상황에서 생산자물가까지 뛰면 소비자물가는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아직은 관망자세를 보이고 있는 개인서비스 요금마저 오를 경우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울산지역에서 가장 먼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개인서비스 요금은 목욕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들려온다. 지역 식수원 고갈로 낙동강물 사용이 늘면서 물이용부담금이 대폭 인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상시기를 놓고 업계에서는 이미 눈치작전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한번 터진 물꼬는 쉽사리 잡을 수 없기에 걱정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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