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울산항만공사(UPA) 제5대 사장인 고상환 사장이 취임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취임 이후 울산시를 비롯한 각 기관 방문과 설 명절 연휴기간 등을 제외하면 실제적으로 그가 온전히 근무한 건 한 달이 조금 넘는다. 한 달여 기간 동안 신임 사장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으나 지금까지 그의 행보와 항만종사자들의 평가를 종합해보면 긍정적이고 안팎의 기대가 높다.

이는 다른 점을 차치하고 그가 만 10년 역사의 UPA 수장 중 첫 항만업계 출신이라는 점 때문이다. 역대 UPA 사장은 초대 김종운 사장(기업인 출신)부터 2대 이채익 사장(정치인 출신), 3대 박종록 사장(중앙 관료 출신), 4대 강종열 사장(학계 출신)까지 항만업계 종사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외부 인사들이 발탁돼왔다. 이들 모두 항만업계 종사자나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선임 당시 낙하산 인사 의혹 등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일부는 잡음이 일기도 했다.

여기에 그나마 항만분야와 가깝던 인물로 꼽힌 김종운 사장(전 현대미포조선 부사장)은 정부의 3차 공기업 개혁 문제 등과 맞물려 취임 1년 만에 물러났고, 또 해양수산부 출신으로 기대를 모았던 박종록 사장도 2014년 공공기관 평가에서 최하위인 E등급을 받자 임기를 4개월여 앞두고 사퇴하기도 했다. 4명의 역대 사장중 임기를 온전히 채운 인물은 절반에 불과하다. 따라서 5대 사장 선임을 놓고 지역 항만업계에서는 항만 전문가가 UPA 사장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특정후보 선임 논란속 우여곡절끝에 고 사장이 선임됐다.

고 사장에 대한 지역 항만업계에서 거는 기대도 크다. 최근 만난 지역의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항만공사 수장은 항만을 잘 알아야 한다. 선장으로 배를 직접 타본데다 해운과 물류업계에서 평직원에서부터 CEO까지 30여년간의 풍부한 경험과 다양한 이력을 보유했고, 무엇보다 지역을 잘 알기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취임 이후 혁신성과팀을 사장 직속 조직으로 전환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지지부진한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과 관련 UPA가 직접 지분을 인수해 추진할 뜻을 밝히는 등 침체돼 있던 UPA와 항만현안에 대해 의욕적이고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기대가 큰 만큼 그 앞에 높인 현안들은 산적해 있고 사정은 녹록지 않다. 우선 중국자본의 이탈이후 투자자를 유치하지 못해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오일허브 사업은 그의 생각대로 UPA가 지분을 인수해 추진하는 방안도 쉽지 않을 뿐더러 인수해 추진하더라도 근본적으로 싱가포르 등과 비교해 사업성이 담보되지 않는 이상 오일허브 사업은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액체화물 편중 현상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울산항의 연간 물동량은 개항 이래 처음으로 2억t을 넘어섰으나 이 중 액체화물이 전체 물동량의 82.3%나 차지하며 그 비중이 더 높아졌다. 물동량은 늘어나는데 액체화물의 물동량만 증가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울산북신항 항만배후단지 활성화와 지지부진한 북극항로 개척, 특수경비 등 비정규직의 자회사 방식 정규직 전환 관련한 노동계 반발 등 각종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항만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해운·항만업계는 급변하고 있다. 개항 55주년을 맞는 울산항과 출범 11주년이 되는 UPA 모두 2018년은 중요한 해다. ‘고상환호(號)’가 어떻게 울산항을 발전시키고 UPA를 바꿀지 기대가 크다.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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