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하기 / 그림 이상열

▲ 그림 이상열

모추가 백련강검을 뽑아 우사를 호위하며 덤벼드는 사물병들을 물리쳤다.

사물성의 한기 소아주가 모추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놈도 잡아라! 현상금이 붙은 한패거리다!”

순식간에 삼십여 명이 병사들이 칼과 창을 들고 두 사람을 에워쌌다. 창병이 우사를 삼지창으로 찌르자 우사의 삿갓이 훌렁 벗겨졌다.

소아주가 말했다.

“과연 네 놈이 역적 우사가 맞구나!”

고루거각의 난간으로 올라간 소아주가 병사들을 독려하며 큰소리로 말했다.

“목에 현상금이 걸린 놈들이다. 생포하기 어려우면 수급도 좋다. 먼저 죽이는 자에게 큰 포상을 내릴 것이다!”

현상금에 사기가 진작된 병졸들은 겹겹이 에워싸 칼과 창과 활로 세찬 공격을 퍼부었다. 모추는 괴력을 발휘해 화살과 칼과 창을 쳐내며 우사를 지키며 남문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사물병 장수가 외쳤다.

“멈춰랏! 도망쳐봤자 독안에 든 쥐다.”

모추와 우사가 거의 남문으로 다가왔을 때 남문이 열리며 수십 명의 창기병들이 말을 타고 밀물처럼 들어왔다. 창기병들은 장팔사모와 방극창으로 무장해 모추를 찌르며 달려왔다. 모추가 백련강검을 휘둘러 창의 목을 뎅겅뎅겅 날렸다.

모추의 분전에 사물의 병사들은 포위를 한 채 한 시진이 지나도 두 사람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중과부적이었다. 산더미처럼 밀려오는 인해전술 앞에 일당백의 모추도 힘이 부쳤다. 모추는 남문 옆 돌로 높이 쌓아올린 망루를 보았다. 모추는 겹겹이 에워싼 병사들을 헤치고 망루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달렸다.

궁수들이 화살을 날렸다. 모추는 날아오는 화살을 쳐내며 우사와 함께 계단으로 올라가 망군을 베고 망루에 진을 쳤다. 계단만이 유일한 통로인 망루는 한 사람이 여럿을 상대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병사들이 성벽을 타고 계단으로 올라오는 족족 모추의 칼에 맞아 감꼭지가 떨어진 홍시처럼 밑으로 퍽퍽 떨어졌다.

수백 명의 병사들이 망루에 선 모추 한 사람을 당하지 못했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서로 대치하는 소강상태로 또 한 시진이 흘렀다.

소아주가 망루를 보며 말했다.

“대역 죄인들은 듣거라. 지금 항복하고 내려오면 목숨만은 살려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네 놈들이 굶어죽을 때까지 포위망을 풀지 않을 것이다.”

성 안팎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망루에서 우사가 말했다.

“사물성 한기와 병사들은 들으시오. 저기 왜구들이 비토섬에 진을 치고 곧 이 성으로 쳐들어오려고 하고 있는데 어찌 같은 가야 동족을 죽이려 하시오. 우리들끼리 싸우지 말고 함께 힘을 합쳐 왜구들과 싸웁시다.”

우사의 말에 병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는데 한 병사가 소년을 밧줄로 묶어 나타났다.

“성 밖 객잔에서 현상금이 붙은 대역죄인 하지를 잡아왔습니다.”

 

우리말 어원연구

싸우다. 【S】sah(사흐), 【E】fight, struggle. 고어 ‘싸흐다’의 ‘ㅎ’를 ‘h’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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