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상승세 유지하면 정제마진 올라 호재 작용
급등땐 수요부진등 영향...수익성 악화…추이 주시

▲ 22일 벡스코에서 열린 ‘제6차 KOAFEC 장관급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등 각국 대표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를 웃도는 ‘고유가 시대’로 재진입하면서 정유업계의 수익성 개선 기대감과 함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통상 유가가 안정적인 상승세를 유지하면 정유업계의 정제마진도 올라 수익도 확대되나, 지나치게 오르거나 급등락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수요부진 및 정제마진 악화로 연결된다.

2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거래일보다 배럴당 0.96달러(1.4%) 상승한 72.2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6월물 브렌트유도 비슷한 시각 배럴당 0.92달러(1.17%) 상승한 79.4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국제유가 기준인 북해산 브렌트유 7월물 가격은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지난 17일 장중 배럴당 80.18달러를 찍었다. 브렌트유가 80달러 선을 넘은 것은 2014년 11월 이후 3년 6개월이다.

지난해말 이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가 감산에 나선데다 미국의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등이 겹치면서 유가를 끌어올렸다.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정유업계는 정제마진 하락과 제품 수요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최근 2년간 이어진 정유화학업계의 슈퍼사이클이 꺾일 수 있다는 비관론이 일고 있다.

정제마진은 원유 가격과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 제품 판매 가격 간 차이를 말하며 정유업계 실적의 가늠자다. 원재료 역할을 하는 국제유가 상승폭이 석유제품 가격보다 더 크면 정유사의 마진율은 하락한다. 실제로 1분기 국내 주요 정유업체들은 정제마진 하락 등으로 실적 쇼크를 겪었다. 업계 1위 SK이노베이션은 1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은 1년 전 보다 28.3%나 줄었다. S-OIL은 1분기 영업이익은 23.4% 감소했고, GS칼텍스는 전년 동기 대비 52.0%나 격감했다.

올해 4월말 까지 싱가포르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평균 6.8달러 수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7.1달러)에 못미치고 있다.

통상 유가 상승은 호재로 알려져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게 업계의 주장이다. 유가가 급격히 올라도 석유제품 판매는 타격을 입는다. 또 가격이 크게 오른만큼 수요도 줄어든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았던 2012~2013년 국내 정유업계의 연간 영업이익은 평균 1조원을 넘지 못했다. 휘발유 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고유가 시대였던 2012년 2분기에는 정유 4사가 일제히 적자를 냈다. 유가가 평균 80달러 선이던 2014년에는 현대오일뱅크를 제외한 정유사들이 모두 영업손실을 봤다.

정유업계가 2016~2017년 2년 연속 최대 실적을 누린 것은 국제유가가 50~60달러대의 저유가 상태로 안정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유4사의 평균 영업이익은 8조원에 육박해 사상 두번째로 실적대박을 터트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 수익은 유가보다는 안정적 가격 흐름과 수급 상황에 달려 있다”면서 “원유가격이 오른 만큼 제품가격이 뒤따라가지 못하며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고유가 시대의 도래는 2분기 수익성 회복을 기대했던 업계로선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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