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기 방북, 분단 후 처음…“대북제재·시간 촉박 등 고려한 듯”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취재할 남측 기자단이 23일 탑승한 항공기는 기종이 ‘VCN-235’인 정부 수송기다.

정부 당국은 이 수송기의 관리는 공군이 맡고, 전체적인 운용은 정부가 하기 때문에 군 수송기가 아닌 정부 소속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 수송기가 방북한 것은 분단 이후 처음이라고 군과 정부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이날 성남 서울공항에서 기자단을 태운 수송기는 꼬리날개 하단부에 ‘02051’이란 숫자가 표기되어 공군 5호기임을 알렸다. 국방부와 공군은 이번에 기자단을 태운 수송기를 공군 5호기로 부른다. 조종사가 공군 소속이다. 공군 3호기와 5호기의 기종은 같은 VCN-235이다. 공군 3호기에는 ‘02050’이란 숫자가 새겨져 있다. 공군 3호기도 이날 예비용으로 활주로에 나란히 대기했다. 

이 수송기는 1990년 인도네시아에서 도입한 CN-235 수송기 내부에 귀빈용 좌석을 설치해 정부 주요 요인(VIP)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정부 주요 인사들이 이용한다는 의미에서 CN-235 앞에 영문 알파벳 ‘V’를 붙였다.

애초에는 대통령 전용기로 이용됐으나 2008년부터 공무 수행에 나서는 국무총리와 장관들도 탈 수 있도록 했다. 

스페인 CASA와 인도네시아의 IPTN이 공동개발한 경수송기로, 좌우 날개에 대형 프로펠러가 달려 있고, 최대 22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여 대를 도입했으며 현재 2대가 정부 수송기(공군 3·5호기)로 이용되고 있다.

최대 순항거리가 3천500㎞에 달해 동북아 일대까지 운항할 수 있다. 전장 21.4m, 기폭 25.8m, 기고 8.2m로, 최대속도는 시속 509㎞에 달한다. GE CT7-9C 2기의 엔진을 장착하고, 고도 7.6㎞까지 상승해 비행할 수 있다. 

정부가 남측 기자단을 위해 정부 수송기를 띄운 것은 대북제재와 원산에 먼저 도착한 국제기자단과의 합류 시간이 촉박하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국내 항공사가 대북제재 때문에 북한행을 꺼리는 상황에서 민간 항공사를 설득하기보다는 직접 정부가 보유한 수송기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의 취재진은 지난 22일 중국 베이징에서 고려항공을 이용해 원산에 도착한 상태다. VCN-235 수송기에 탄 남측 기자단은 원산 갈마공항에 도착, 이들과 합류해 풍계리로 이동하게 된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취재하는 남측 기자단을 급하게 원산으로 보내기 위해 공군에서 관리하는 정부 수송기를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민항기와 달리 정부 수송기는 유엔 대북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점도 고려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정부 수송기가 북한의 특급 보안시설인 원산 갈마비행장에 착륙하는 것은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남북 간 군사적 긴장해소 측면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남측 기자단 방북에 정부 수송기를 이용하는 것에 대해 미국에 사전 협조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대표단 방북 때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2호기(보잉 737-3Z8)를 이용한 것도 대북제재를 고려한 조치였다. 지금까지 공군 2호기의 방북은 세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해 9월 발표한 대북제재 행정명령에서 북한을 경유한 모든 비행기는 180일 동안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특사단이 민간항공사의 전세기를 이용했다면 해당 항공사의 비행기는 6개월간 미국에 착륙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실제로 지난 1월 북한 마식령 스키장에서 남북 공동 스키훈련을 하기 위해 우리 선수들이 민간 전세기를 이용했을 때 이 같은 지적이 제기돼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와 조율해 예외로 인정받았다.

한편 공군 1호기는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이용되며, 일명 ‘코드 원’으로 통한다. 대한항공 소속 보잉 747-400(2001년식) 여객기를 임차해 사용, ‘대통령 전용기’보다는 ‘대통령 전세기’로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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