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경제부 기자

울산은 우리나라 대표적 산업도시이자 자동차도시다. 한국의 대표 완성차업체인 현대자동차의 주력 생산공장이 있고, 현대모비스를 비롯한 핵심 부품 계열사와 수백개의 1~3차 협력업체가 밀집해있다. 또 자동차수출은 울산 전체수출액의 20% 가량을 차지하고, 울산의 업종별 종사자수도 자동차 부문이 25%에 이를 만큼 자동차를 빼놓고 울산을 이야기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차도시 울산에서 늘 아쉬운 점은 자동차관련 박물관이 없다는 데 있다. 울산박물관 내 산업사관에 국내 최초의 독자모델인 포니를 전시하고 현대차 울산공장의 역사 등을 소개하고 있으나 이는 조선, 석유화학 등과 함께 울산 전체 산업의 일부분으로서 간단히 소개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과 울산의 자동차산업, 현대자동차의 역사 등을 제대로 보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또 현대자동차가 울산 현대차문화회관 내 운영하는 전시관 및 홍보관과 주연자동차박물관이라는 개인이 운영하는 자동차박물관이 있으나 규모와 콘텐츠면에서 박물관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부족하고 한계가 있다.

기자는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뒤셀도르프 등 자동차산업 관련 취재차 독일의 주요 도시를 방문했다. 이 중에서도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은 세계적 자동차기업인 메르세데스-벤츠의 본사가 있는 슈투트가르트에 위치한 벤츠 박물관이었다. 1200억원을 들여 만든 연면적 1만6500㎡ 8층 규모의 이 박물관에서는 1886년 카를 벤츠가 만든 인류 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부터 현재와 미래까지 132년의 벤츠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완성차 160대를 포함해 1500점의 전시품을 갖춘 이곳은 말 그대로 자동차 역사의 살아있는 보고(寶庫)나 다름 없었다. 자동차 역사와 함께 동시대 역사적 사건 등 근·현대사도 함께 곁들여 놓아 지루하지 않게 했고, 또 아이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와 신차 및 클래식카 매매 전시공간 등 다양하게 꾸며놓아 지난 2006년 개관이후 해마다 100만명 이상이 찾고 있는 관광명소이자 자동차마니아들의 필수 코스가 됐다. 이 때문에 인구 60만명의 중소도시 슈투트가르트는 과거 2차대전 폐허도시에서 산업도시, 이제는 관광도시로 탈바꿈 했다.

벤츠 박물관 뿐 아니라 포르쉐 박물관(슈투트가르트), BMW 박물관(뮌헨), 폭스바겐 박물관(볼프스부르크), 아우디 박물관(잉골슈타트) 등 독일은 자동차강국 답게 자동차회사 본사 또는 주력공장이 위치한 각 도시들마다 자동차박물관을 지어 해당 자동차 브랜드의 역사와 아이덴티티(Identity)를 알리는 것은 물론 도시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과 도시(지역사회)간 끈끈한 유대관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967년에 설립된 현대차 울산공장은 올해로 만 51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지천명(知天命)의 나이가 된 셈이다. 100년 이상된 외국 자동차브랜드에 비해서는 짧지만 한국 자동차 역사의 산 역사의 현장이나 다름 없다. 또 아산로를 따라 도로 옆으로 보이는 490만여㎡(약 150만평)의 넓은 공장시설과 적재돼 있는 수많은 자동차는 한국 자동차산업의 현주소이자 울산 산업관광의 대표적 아이콘이다. 여기에 자동차박물관만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일 것이다.

표류하고 있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재추진 여부와는 상관없이 슈투트가르트와 벤츠와의 사례처럼 울산시와 현대자동차가 합심해 울산에 자동차박물관을 건립해 현대차와 울산은 물론,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박물관으로 자리매김 했으면 하는 바람은 과한 욕심일까.

차형석 경제부 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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