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6월 울산 반구대암각화가 발견된지 45년만에 처음으로 해외전시에 나섰다. 그곳은 포르투갈 코아계곡에 세워진 코아암각화박물관이다. 코아암각화는 댐건설로 인해 수몰 위기에 처했다가 댐을 포기하고 암각화 보존을 선택한 사례로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 전시회 개막식에서 코아계곡고고학공원 및 코아박물관 안토니오 밥티스타 관장은 참석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개회사를 남겼다. 코아 암각화 이야기에 앞서 그 개회사를 요약, 소개한다.

‘포르투갈 코아 계곡에서 암각화가 발견되어 댐건설을 중단한지 20여년이 흘렀습니다. 이 전쟁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시작했지만 결국 건실한 민주주의에서 시민사회가 얼마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습니다. 문화가 수자원의 가치와 신속성이라는 경제적 논리를 누르고 거둔 승리입니다. 문화는 과거 역사를 보존해야 할 후손이자 책임자인 우리를 하나로 단단하게 묶어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는 이미 흘러가버렸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를 바로 이해하지 못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이 되고 맙니다.

코아는 암각화로 인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코아 암각화는 포르투갈 내륙 가장 빈곤한 지역에서 발견되었지만, 우리는 그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저명한 인사들과 함께 세계적인 암각화 유적들을 방문하였습니다. 작년 울산암각화박물관에서 ‘코아 계곡의 암각화, Coa in Ulsan’ 특별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수천 년의 빛나는 역사를 통해 크나큰 성과를 이룩한 역동적인 나라,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반구대암각화, Bangudae in Coa’ 특별전이 우리 포르투갈에서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선사시대 암각화는 한국과 포르투갈을 끈끈하게 이어주는 끈과 같기 때문입니다. 반구대암각화는 높은 수준의 상징성과 그 독특함으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래 형상들과 신석기시대 한반도 사회의 삶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합니다. 반구대는 코아 계곡처럼 암각화 유적을 보존하기 위한 하천 환경과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에서 닮아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우리 코아박물관이 포르투갈 이외 지역의 암각화를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한국에서도 자국의 암각화를 유럽 무대에 선보이는 첫 번째 전시입니다. 옛 선조들은 값으로 헤아릴 수 없는 유산을 우리에게 물려주셨습니다. 우리 현대사에 기록된 코아 계곡에 있었던 모든 일을 함께 해준 분들과 구석기시대 우리 선조의 땅인 이곳에 암각화를 남겨주신 선조님들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반구대암각화가 힘찬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암각화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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