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우리 사회에서 자신이 속한 계층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수저계급론’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의 직업, 경제력 등으로 본인의 수저가 결정된다는 이론이다. 영어 표현인 ‘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다’(born with a silver spoon in one’s mouth)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부모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금·은·동·흙수저 등으로 나눈다. 청년실업, 부익부 빈익빈 등의 각종 사회 문제와 맞물리면서 큰 공감을 얻고 있는데 최근에는 공무원 사회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가 일·가정 양립 문화 확산을 위해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국가공무원의 단축근무제도 시행과 관련해 지방직 공무원들이 소외되면서 ‘국가공무원은 금수저, 지방공무원은 흙수저인가’라는 항변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사혁신처는 만 5세 이하 자녀를 둔 국가직 공무원이라면 누구나 24개월 간 하루 2시간씩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국가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하고 이달부터 시행중이다. 과거 생후 1년 미만 자녀를 둔 공무원이 하루 1시간 단축근무를 통해 육아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에서 확대됐다. 보수는 단축근무 이전과 동일하다. 또 임신한 공무원이 과거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상일 때만 하루 2시간 단축근무를 통해 모성 보호시간을 쓸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임신기간 내내 단축근무를 할 수 있게 됐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5일에서 10일로 늘어났다. 초과근무 시 금전보상 외에도 이를 적립해 연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가정 친화적 근무환경으로 개선됐다.

그렇지만 지방공무원은 해당 사항이 없다. 국가공무원법을 관장하는 인사혁신처가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공무원임용령·공무원 수당 등에 관한 규정 개정을 통해 이같은 방안을 시행하게 된 것으로, 지방공무원법 규정 개정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방공무원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가 뒤늦게 논의하고 있다고는 하나 처음부터 부처간 협의를 했으면 이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공무원 사회에도 ‘수저계급론’이 존재한다며 소외감을 표출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은 소속 기관이 어느 곳이냐에 따라 ‘국가’와 ‘지방’으로 신분만 나눠놨을 뿐 내용은 거의 똑같다고 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가’ ‘지방’ 두 글자만 다른 이들 법은 정부부처와 외청 소속 공무원은 국가공무원으로 금칠해 놓고 지방정부 소속 공무원은 지방공무원으로 흙칠해놨다는 것이다. 지방정부를 여전히 통제의 대상으로 삼는 중앙정부의 편향된 시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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