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전문의
지난 9월,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만성기 요양병원, 재활요양병원, 종합병원 등으로 현지 연수를 다녀왔다.

우리나라는 2008년경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작했는데 일본은 57년 전에 이미 개호연금제도를 실시했으며 노인요양병원은 36년 전에 개설하여 노인들을 무상으로 치료를 해 왔다. 그러자 우후죽순처럼 요양병원들이 들어섰고 경상의료비가 늘어나자 다시 본인들에게 일부 치료비를 부담하도록 제도를 전환하였다.

첫 날 방문한 아리요시병원은 요양병원인데도 불구하고 일본 최초로 모든 병실을 1인실로 갖춘 병원이었다. 1998년 신체구속폐지를 모토로 하는 ‘후쿠오카 선언’을 하고나서 일본 전역으로 파급되어 호응을 받았다고 한다. 또 병원 내에 케어하우스와 그룹홈을 두어 회복된 환자를 여기에서 계속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둘째 날 방문한 세이아이리하빌리테이션 병원은 물리치료사를 많이 고용하여 질 높은 재활을 위해 노력하는 요양기관이었다. 이 곳 역시 개호보건시설을 부설로 두어 낮 동안 치료를 받도록 하고 다른 환자들과 어울리면서 밝고 즐거운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진들이 전력을 다 하고 있었다.

셋째 날 방문한 사가기념병원은 30년이나 된 지역밀착형 핵심거점병원으로 종합병원과 특별양호노인홈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었다. 즉 동일한 병원 내에서 급성기 환자도 진료를 하고 회복기에 접어들면 재활치료도 하며 만성기로 들어서면 자체 노인홈에서 입원 또는 외래방문 관리를 하는 ‘의료복합체’를 구축하고 있었다.

일본 요양병원이 우리나라 요양병원과 다른 점은 매월 입원치료비가 약 45만~60만엔 정도로 우리보다 약 3배로 높았다. 또 동일한 병원 내에서 급성기, 회복기, 재활, 만성기 치료와 요양을 할 수 있도록 체계화되어 있어서 퇴원 후에도 동일한 요양기관에 등록을 하여 지속적으로 관리를 잘 하고 있었다. 우리처럼 환자들이 가족 의사에 따라 여기저기 병원을 옮겨다니는 행태와는 사뭇 달랐다.

또 일정한 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춘 요양보호사 인력이 모자라기는 우리와 마찬가지라 간병사들이 뒤섞여 간병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환자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서비스정신이나 자세는 일본의 모든 서비스 문화가 그렇듯이 높이 본받을만했다.

우리나라에는 의사가 상주하지 않는 요양원에서 중증 요양환자를 관리하거나, 만성 신체장애환자들이 요양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12월께 보건복지부에서 요양병원 체계를 다시 개편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하니 사뭇 기대가 된다. 다만 일본처럼 질 높은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서는 치료비가 현실화 돼야 할 것이고, 동일한 병원 내에서 회복기 및 재활치료도 하면서 치매 등 만성기 환자를 같이 ‘존엄케어’할 수 있는 효율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졌으면 한다.

전병찬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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