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동원병력 1억1000만 명. 희생자 6000만 명. 희생자의 절반 이상이 힘없는 민간인. 일제 강점기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이다. 전쟁을 마치고 전 세계는 반인도적인 전쟁을 돌아보며 자유와 생명, 평화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결과물로 30조의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졌다.

세계인권선언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모든 사람’이다. 어떤 이유로도 인권의 밖에 있을 사람은 없다. 지난 5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순옥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이제 생존자는 26명이다. 한분 한분 돌아가실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일본의 사과를 받지 못한 채, 평생의 한을 풀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해야만 하는 할머니들에게 한없이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들은 우리가 해야할 일은 제대로 했는지 반성이 필요하다. 정당한 합의금에 앞서서 가해자가 진심으로 사죄하도록 할 수는 없는지 되짚어보아야 한다.

우리 사회 인권 문제의 원인도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2016년에 실시된 국민 인권 의식 조사를 살펴보면 인권 문제의 실제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만 18세 미만의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인권의식을 조사했다. 초등학생은 친구와의 관계가 강할수록, 중학생은 교사와의 관계가 강할수록 인권침해를 덜 저질렀다. 또한 가정 내에서 인권침해와 차별을 경험한 학생은 학교에서 가해자,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학령기 인권침해의 원인은 방법이 아닌 관계의 문제였다. 어릴 때부터 사람과의 관계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인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을 갖게 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얼마 전 장애인주간보호 종사자를 대상으로 장애 인권 강의를 했다. 수업의 한 부분으로 발달장애인과 좋았던 기억을 나누었다. “말을 잘 못 하는 이용인이 이름을 불러준 일.” “집에서는 이름 없는 엄마인데 이름을 불러주며 이쁘다고 해준 일.” “자리를 비켜주니 선생님은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 준 일.” 이런 이야기를 하며 다들 흐뭇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인권을 실천하려면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서로 마음을 열고 좋은 관계를 맺었던 기억은 효과적인 동기부여가 됐다.

올해 5월29일부터 ‘성희롱예방교육’, ‘산업안전보건교육’, ‘개인정보보호교육’과 더불어 ‘장애인식개선교육’이 국가에서 지정한 4대 법정의무교육이 되었다. 모든 사업주는 연 1회 1시간 이상 ‘장애인식개선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다양한 장애와 인권의 방법을 이해하기 어렵다. 다만, 교육을 통해 장애를 이해하는 마음이 생기기를 바란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고 하지 않는가. 장애를 이해하는 마음은 사회 속에서 인권이 향상되는 일의 시작이 될 것이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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