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전격 중단…지역 반응

▲ 그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서 전시된 작품들.

울산 최초·최대 국제미술축제 중단
올해로 12년째 태화강 일원서 개최
문화도시 울산 대외에 알리는 첨병
올해 관람객 30만명 이상 불러모아

공공미술의 몰이해가 불러온 참사
일부 작가 지원하는 공급자 중심서
전 시민들의 문화 향유 충족시키는
수요자 중심 문예정책 흐름에 역행

외부서 ‘호평’ 울산에선 ‘묵과’
수십억가치의 도시문화 포기 평가
해마다 참여했던 지역 미술학도들
“청년작가 국제교류의 장 사라졌다”

지난 12년간 문화도시울산의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해온 울산의 대표 미술행사인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가 울산시의회의 전격적인 예산삭감으로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지역 문화예술인과 미술문화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뿌리째 뽑힌 지역문화 자존감’이라는 격앙된 표현으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12년째 ‘생명의강-태화강’ ‘생명의 고리’ ‘연결된 미래’ 주제 아래 태화강 일원에서 개최돼온 울산지역 최초이자 최대의 국제미술축제다.

지난 2007년 광역시승격 10주년 기념행사 일환으로 시작돼 제2국가정원 지정을 추진중인 태화강을 문화예술이 살아숨쉬는 풍요로운 공간으로 꾸미는데 일조해왔다. 지난 9월에는 30만명 이상의 관람객을 불러모으며 제12회 행사(TEAF 2018)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울산시의회가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해 더이상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를 볼 수 없게 되자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움에서 의아함, 이제는 성토로 이어지고 있다.

지역 미술애호가의 모임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P씨는 “태화강설치미술제는 문화도시 울산의 이미지를 대외에 알리는 첨병이었다. 도시의 자부심인 태화강 일원에서 30~40점 ‘설치미술’이 전시될 때마다 ‘울산=문화불모지’라는 자격지심을 조금씩 치유할 수 있었다”고 했다.

▲ 그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서 전시된 작품들.

울산에서 활동하는 현대미술작가 Y씨는 “첫 회부터 올해까지 한 해도 거르지않고 설치미술제를 관람했다. 타 지역 동료들을 초청해 함께 관람하는 연례행사를 치러왔다. 미술관도 없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대규모 야외미술제가 치러지는 것을 보고, 울산을 다시 보게됐다는 관람평이 쏟아졌다. 설치미술제의 중단으로 울산의 미술을 대외에 알릴 기회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공미술 ‘몰이해’가 불러 온 참사’라는 의견도 나왔다.

울산지역 문화기획자 L씨는 “문화예술행사는 공공성이 중요하다. 태화강대공원에서 열린 설치미술제는 대시민을 상대로 문턱을 낮춘 미술행사였다. 몇몇 작가를 지원하는데 그치는 공급자 중심에서, 전 시민의 문화향유를 충족시키는 수요자 중심으로 옮겨진 문예정책 흐름을 10여년이나 앞서 반영한 것이라 평가한다. 시의회가 어떤 기준으로 심의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 그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서 전시된 작품들.

지역대표 민간예술기관 관계자 J씨는 “울산문화의 큰 획을 담당할 문화행사를 키워도 모자랄 판에 중단이라니, 소식을 들으면서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치미술제 중단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서 미술관람의 기회를, 미술전공학도와 청년작가들에게서 국제미술교류의 기회도 앗아갔다. 한 공립어린이집 원장인 L씨는 “해마다 설치미술제 기간에 맞춰 어린이집과 유치원생들을 데리고 미술관람을 다녀왔다. 문화예술교육에 효과적이었고, 학부모들 반응도 좋았는데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해마다 설치미술제에는 울산지역 대학교 미술학도들이 공동작업자로 참여했다. 울산대 출신으로 설치미술제에 참여했던 K씨는 “해외작가와의 교류와 대규모 전시경험이 힘든 울산에서 설치미술제는 젊은 작가들에게 기회의 장이었다. 역량갖춘 작가들과의 교류가 계속 이어지는 방법은 없나”라고 되물었다.

▲ 그동안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서 전시된 작품들.

무엇보다 ‘설치미술’이라는 울산 고유의 미술문화 콘텐츠를 잃은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울산과 타지역을 오가며 미술행정 및 미학강의를 해 오던 K교수는 “현대미술전시는 설치미술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내면 실내, 실외면 실외, 작품이 세워지는 공간과의 연계성이 중요한 장르다. 하지만 전국에 ‘설치미술’이 넘치지만, 이를 대표콘텐츠로 내세울 수 없었던 건 울산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때문이다. 이번 일은 수십억원 가치의 도시문화 브랜드를 스스로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원 울산대 예술대학장(올헤 제12회 TEAF 운영위원장)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대한 국내 미술계의 평가는 상당히 좋다. 매해 설치미술로 전시를 하는 거의 유일한 미술행사가 지역에서 열린다는 것에 대해 서울을 비롯해 전국의 미술계가 관심있게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대한 외부의 호평이 정작 울산에서는 묵과된 것 같다.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시점에서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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