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베링해협을 통과하는 자오선을 마주한 북태평양 연안지역은 위도와 하천, 섬의 계통, 풍부한 어류, 연어 회유 등에서 매우 흡사하다. 유라시아 북동지역과 아메리카 북서지역의 민족들은 오래 전부터 계절성 어로자원을 대량으로 비축해 정주경제를 이룩했다. 이들 민족 대부분은 연어를 기초 식량으로 삼아 육지와 바다에서 수렵과 어로로 살아가는 정주 수렵민이다. 풍부한 수산자원으로 집약적인 농경에서 가능한 매우 높은 수준의 문화를 이룩한 것이다. 미국 인류학자 위슬러(Clark Wissler, 1870~1947)는 이 지역을 연어문화권이라고 명명했다.

지리적으로 알류산열도의 긴 사슬이 두 대륙을 연결한다. 북쪽 베링해협에 또 다른 연결고리가 있다. 북태평양 연안지역은 물질문명이나 신앙에 있어 상호 관련성을 보여주는 많은 증거가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과 식량자원의 풍요로운 혜택으로 해양 정주문화를 꽃피운 것이다. 북아메리카에서는 야구다트 만에서 알래스카 남서부, 브리티시 콜롬비아 연안, 워싱턴과 오래곤, 클라매치 계곡주위의 캘리포니아 북서부지역으로 이어진다. 유라시아에서는 시베리아 남동부, 사할린, 아무르와 캄차카반도, 북해도와 일본열도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가 포함된다. 이 지역의 공통점은 식량에서 연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고래나 물개 같은 해양포유류와 조개류가 식량자원으로 중요시된다. 온대림 지역에서는 도토리가 중요한 재집자원이 된다.

▲ 반구대암각화에 표현된 연어모습은 물위로 뛰어오르는 장면을 연상시킨다.

연어의 회유시기는 계절적 요인과 해수 온도에 따라 좌우되고 지역에 따라 다소 복잡한 모델을 갖고 있다. 겨울철과 가을철 회유연어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고 봄철에 회유하는 어종도 있다. 지역에 따라 여름부터 가을까지 계속 연어를 잡을 수 있는 곳도 있고, 큰 강의 하구나 만에서 소량의 연어를 연중으로 잡을 수 있는 곳도 있다.

어로 수단으로는 하천에서 설치하는 어살, 통발, 다양한 종류의 어망, 작살, 낚시 바늘 등이 있다. 연어 같은 대규모 회유성 어종의 활용은 어로능력보다 비축기술이 더 중요하다. 엄청난 양의 연어나 바다에서 포획한 수톤의 고래를 보존하는 수단이 없다면 사람들은 한 곳에 머물면서 생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구대암각화에서도 연어그림을 볼 수 있다. 아마도 당시 반구대암각화를 새긴 고래사냥꾼들에게도 여느 민족들처럼 연어가 가장 중요한 식량자원이었을 것이다. 이상목 울산박물관 관장·고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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