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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금칼럼]원팀(One Team)의 함정

기사승인 2019.02.12  21: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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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친 원팀 강조는 동조과잉 초래
합리적 토론·대안 간과하는 우 범해
정책결정권자는 다양한 의견 구해야

   
▲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런던올림픽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축구 국가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은 원팀(one team)을 강조하였다. 이른바 원팀 정신을 통해 개인보다는 팀 전체를 생각하며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메달획득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이와 같이 주로 스포츠에서 강조되던 원팀 정신이 이제는 기업, 정당을 넘어 심지어 청와대와 정부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운동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감독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승리할 수 있지만, 정부 정책은 전혀 맥락이 다르다. 정책 속에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단순히 하나의 정책목표만 고려하면 여러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나 부정적인 부수효과(side effect)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태양광을 장려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늘어나지만 산림파괴는 증가할 수 있다. 값이 상대적으로 싼 원자력 발전을 줄이면 원전 위험은 감소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서 정책과정에는 수많은 경제적·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이익집단, NGO, 정당 등 다양한 집단이 참여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은 각자의 이데올로기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주장을 한다. 정책은 이러한 다양한 주장과 가치들을 제도적인 틀 속에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결정이 가능하고 집행이 이뤄질 수 있다.

생각해 보시라. 정부에 하나의 사고,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강조하는 원팀만 존재한다면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정책에 담아낼 수 있겠는가. 오히려 일사불란한 ‘원팀식 정책결정’은 정책오류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정책이 사회에 미치는 다양한 파급효과를 감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팀의 위험성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사람이 바로 심리학자 재니스(Irving Janis)이다. 그는 미국 외교정책의 대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그 원인으로 집단사고(group think)를 들고 있다. 그는 집단사고를 ‘응집력이 강한 집단의 성원들이 어떤 현실적인 판단을 내릴 때 만장일치를 이루려고 하는 사고의 경향’이라고 정의했다. 쉽게 말하면, 유사한 사람들이 모여 집단적으로 낙관론에 빠져 정책이 가져올 부정적인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못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경향은 정책결정 집단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동질성과 단결심이 크면 클수록 더 커진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나친 원팀의 강조는 구성원들 사이에 동조과잉(overconformity)을 야기하고, 이로 인해 구성원 간에 합리적인 토론을 어렵게 하고 다른 대안을 고려하지 못하도록 유도한다. 실패가 뻔한 정책도 매우 바람직한 정책으로 간주하는 오류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들은 매우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으므로 획일적인 사고로 정책에 접근하는 것은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더구나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고려해야 할 정책변수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과장이나 국장이 고려해야 할 요소보다 장관, 시장, 대통령이 고려해야 할 변수의 숫자와 범위는 차원을 달리한다. 이런 점에서 고위 정책결정권자일수록 원팀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하고, 의식적으로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고위정책결정권자 주변을 비슷한 사람들로 채우지 말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하여 집단사고를 원천적으로 봉쇄해야 한다. 열린 마음과 개방적 사고로 다양한 의견을 구해야 한다. ‘읽고 받아쓰는’ 회의보다는 정책대안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이뤄지도록 분위기를 유도해야 한다. 끼리끼리 모여서 ‘옳습니다’만 반복하는 ‘원팀’에서는 훌륭한 정책이 나올 수 없다. 특히 유교적 권위주의 문화가 존재하는 우리 정치체제의 특성상 윗사람이 원팀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윗사람과 다른 의견을 말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팀보다는 ‘혼합팀’이 더 나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오죽하면 회의에서 항상 반대논리만을 제시하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이라도 한 명 두라고 하겠는가. 정준금 울산대 사회과학부 교수·행정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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