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기발한 발상의 전환입니다” “호수의 물을 빼다니요. 발상부터가 잘못됐습니다”

김진규 울산 남구청장이 최근 자신의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번쯤 선암호수공원의 호수 물을 빼낸 후 시민들이 뛰어들어 물고기를 잡아보게 하는 건 어떨까”라는 글을 올리자 많은 댓글이 달리며 찬반 논란이 뜨겁게 일었다.

댓글에는 ‘발상의 전환’ 또는 ‘신선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라는 긍정적 평가가 상당수 있기도 했으나, 부정적이고 우려섞인 반응도 적지 않았다.

한 시민은 “한 도시의 구청장이 야생동물보호구역에서 그런 행사를 계획한다는 것은 신중을 넘어 접근 자체가 잘못된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시민들도 “용도폐기된 여러 개의 크고 작은 저수지에서 해도 될 일을 굳이 야생동물보호구역인 선암호수공원에서 해야 되는지 의문이다”고 꼬집거나 “쾌락·놀이로 물고기를 잡는 것은 생명경시 풍조로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청장 스스로도 이러한 논란을 예견한듯이 글 서두에 “논란을 기대하면서 글을 쓴다”고 적시했다. 논란을 예견하는 것을 넘어 마치 논란이 벌어지기를 기대하는 뉘앙스다. 김 청장이 비슷한 시기에 올린 “태화강에 하롱베이·베네치아처럼 노 젓는 배를 도입하자”는 제안 역시 찬반 글이 이어졌다.

지자체장이나 정치인의 SNS는 기본적으로 지지층이나 정책과 이념에 우호적인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봤을때, 비실명을 전제로 이 같은 공개제안을 했을 때 반대나 비판 글은 훨씬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김 청장은 앞서 지난달에는 “현대중공업 빈 도크를 고래 30마리가 헤엄치는 사파리로 만들자”는 글을 올려 환경단체 비판 등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으나,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SNS상에서 이 같은 자신의 생각을 피력하거나 여러 제안을 하면서 자신만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남구청장의 직무와는 거리가 먼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 등에까지 SNS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자체장이 SNS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과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벌이는 것을 두고 나무랄 시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적다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황당한 제안을 내놓고 논란과 갈등을 야기시키는 것은 책임감 있는 지자체장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사인이 아닌 공인으로서의 자세를 다시 한번 곱씹어보기를 기대한다. 차형석 사회부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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