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전 매립 콘크리트 구조물 발견

지하수 유출로 심각한 지반 액상화

구조물 철거시 인근건물 안전 위협

동구 “특수공법 쓰면 10억 더 들어”

▲ 공사가 전면중단된 울산 동구 동울산시장 지하주차장 공사현장.
울산 동구 동울산시장 지하주차장 건설 공사가 지하수 유출로 인한 지반 액상화 현상으로 두달째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 공사현장 땅 속에서 수십년 전 불법 매설된 것으로 보이는 콘크리트 구조물까지 발견되면서 지하주차장 건설 사업 자체가 무산될 공산이 커졌다.

18일 방문한 동울산시장 지하주차장 건설공사장. 한참 공사가 진행되고 있어야 할 공사장은 텅 빈 상태로, 땅 속에 파묻혀 있던 콘크리트 구조물 일부분이 흉물스럽게 지상으로 튀어 나와있었다.

해당 콘크리트 구조물은 약 30여년 전 사용되던 저수시설 구조물로 확인됐다.

30여년 전 만세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세대와 인근 목욕탕 등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해당 부지에 저수시설도 함께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저수시설이 폐쇄되면서 지하 콘크리트 시설 구조물 일체가 철거되지 않은 채 그대로 매립됐다는 것이 동구의 추정이다.

하지만 동구는 정작 이 저수시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지어졌고, 언제 사라졌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해 책임을 묻지 못할 상황이다.

동구 관계자는 “저수시설을 누가 짓고 관리를 했었는지 파악이 어렵다. 구조 일부분이 지상으로 노출돼 있어서 땅 밑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존재할 거라고 대략적으론 파악하고 공사를 진행했으나 예상치 못했던 구조물이 더 많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건립을 위해서는 해당 콘크리트 구조물을 전부 뜯어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 공사현장 옆 건물과 인접한 지반에서 땅을 딛으면 발이 쑥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액상화 현상이 뒤늦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동구는 앞서 실시설계용역 과정에서 부지 내 3곳에 시추 작업을 해 부지 일부분에서 지하수 유출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문제는 당시에는 지금처럼 심각한 액상화 현상이 관찰되지 않아 공사를 진행했는데, 실제 땅을 파는 기초 과정에서 액상화가 진행되고 있는 무른 지반이 대거 확인됐다는 것.

공교롭게 불법 매립된 콘크리트 구조물이 불안정한 지반을 받쳐주는 형국이다. 땅 속 해당 구조물을 뜯어낼 경우 액상화된 지반이 흘러내려 침하가 일어나 인근 멀쩡한 건물 안전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동구는 공사가 진행중인 부지 2479㎡ 중 지반이 단단한 부지가 채 1000㎡도 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시당초 지반 검사가 제대로 됐는지 의문스러운 대목이다.

뒤늦게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동구는 지난 1월2일부로 공사를 전면 중단한 채 주차장 건설계획 전면 수정에 돌입한 상태다.

동구 관계자는 “특수공법을 이용하면 원래 계획대로 지하주차장 건설도 가능하지만 공사비가 10억원이나 더 들어가게 된다. 현재 액상화 현상이 발견된 곳을 피해 지반이 단단한 곳에 지상주차장을 건설하는게 가능한지 시공사와 상의중으로,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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