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세계선수권 출전
세계14위 4대0 꺾고
차세대 에이스 꼽혀

▲ 23일(현지시간) 한국 탁구 남자 대표팀 안재현이 처음 출전한 2019 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세계 14위인 홍콩의 웡춘팅을 완파했다. 연합뉴스

한국 탁구 남자 대표팀의 막내 안재현(20·삼성생명)이 처음 출전한 2019 세계선수권대회(개인전)에서 세계 10위권 선수를 꺾는 ‘녹색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안재현은 2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대회 남자단식 1회전(128강)에서 홍콩의 웡춘팅을 4대0(11-3 11-5 11-8 11-9)으로 완파했다.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랭킹이 157위인 안재현이 세계 14위의 웡춘팅을 꺾은 건 대회 초반 최대 이변 중 하나로 꼽힌다.

웡춘팅은 단식 우승 경력은 없지만 2016년 중국오픈과 작년 독일오픈에서 각각 준결승에 오르는 등 최근 3년 동안 톱10에 머물렀던 세계 정상급 선수다.

작년 실업 무대에 데뷔한 안재현은 앞으로 한국 남자탁구를 이끌 차세대 에이스 재목감으로 꼽힌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2학년이던 아홉 살 때 처음 탁구 라켓을 잡은 그는 큰아버지인 안창인 중고탁구연맹 실무 부회장 집에서 생활하며 실력을 키웠다.

동산중과 동산고에서 집중적인 지도를 받은 그는 중학교 2학년 첫 대회에서 1년 선배 조승민, 이장목 등이 빠진 가운데 첫 우승을 이룬 걸 계기로 같은 연령대 최강자로 군림해왔다.

오른손 셰이크핸드로 포핸드 드라이브가 위력적이고 연결 능력도 뛰어나고, 롱 랠리에서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지구전에 강하고, 집중력이 좋아 밀린 상황에서도 경기를 뒤집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어린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을 가져 크게 뒤지는 상황에서도 승부를 뒤집는 경우가 많고, 강한 선수들에게도 주눅 들지 않아 ‘강심장’으로 불린다.

세계랭킹이 100위 밖이어서 예선을 치르고 본선 1회전(128강)에 오른 안재현은 27세의 웡춘팅을 만나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했다.

안재현은 웡춘팅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강한 드라이브를 펼친 끝에 첫 세트를 8점 차로 여유 있게 따냈고, 2세트도 6점 차로 승리했다.

웡춘팅이 3, 4세트에 끈질기게 따라붙었지만 안재현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무실세트 승리를 완성했다.

안재현은 여세를 몰아 2회전(64강)에서도 트룰스 모레가르드(스웨덴)에 4대2 역전승을 거두고 32강에 합류했다.

그는 경기 후 “지난해부터 시니어 국제대회에 나갔지만 비슷한 기량의 선수들에게도 맥없이 지고 포기하는 경기가 많았다”면서 “기술력이 뒤지고 세밀함이 없었다는 걸 느꼈다. 국제대회에서 지더라도 경기 내용이 좋아지도록 집중적으로 보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포핸드보다 백스트로크가 좋지 않아 역시 많은 훈련을 통해 안정적으로 잘 견디게 됐다”면서 “워낙 강한 중국을 빼고는 다른 선수들은 기술력이 비슷하다고 보고 붙으면 이긴다는 생각을 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안재현의 32강 상대는 세계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이다.

여기서 이기면 일본의 간판인 세계 4위 하리모토 도모카즈와 16강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톱랭커를 많이 이기고 내용도 좋았으면 한다”면서 “하리모토가 잘한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며 대결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리모토는 작년 12월 세계 정상급 선수들만 참가한 ITTF 그랜드파이널스에서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하며 2020년 도쿄올림픽 금메달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안재현은 “하리모토가 어릴 때 맞붙어 내가 4승 1패 정도로 앞섰다”면서 “한번 붙어보고 싶고 이길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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