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이후 하락폭 최대
소비·투자·수출 전반적으로 부진
내수 뒷받침 정부지출 감소 주요인
한은 “상저하고” 전문가 “하향 지속”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금융위기 때인 2008년 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마이너스 성장(-0.3%)을 하면서 시장에서는 충격적이라는 반응과 함께 경기침체 우려가 퍼지고 있다.

경기하강 속도가 예상보다 가파른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번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에 뒤이은 특단의 경기부양 조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경제가 뒷걸음친 것은 소비부터 정부지출, 투자, 수출에 이르기까지 경제 상황 전반이 부진했던 탓이다.

주요 경제지표에 드러나는 우리 경제의 활동이 활력을 잃고 힘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내수를 뒷받침해줬던 정부지출 감소가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최근 몇년 간 한국경제 성장을 이끈 반도체는 경기 하락에도 수출 물량이 최근 다시 늘면서 실질성장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다만, 작년 4분기에 쏠렸던 반도체 설비투자는 1분기 급격한 투자 감소에 직격탄이 됐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GDP의 지출항목별 성장기여도를 보면 민간 부문이 전분기 대비 0.4%p인 반면 정부 부문은 -0.7%p였다.

정부지출 감소가 1분기 경제가 작년 4분기보다 뒷걸음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정부가 재정집행률이 5년 내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으나 신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절차 등 시간이 소요돼 1분기에 지출이 쓰이지 못했다”고 정부지출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수출 둔화로 경제성장의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황에서 대규모 사업 관련 정부지출 과정에 자금 배분과 집행 사이의 시차가 발생해 1분기 경제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인건비 등 고정비 비중이 큰 정부소비의 1분기 성장기여도는 전분기 대비 0.1%p로 큰 변동이 없었으나, 정부 부문 투자의 성장기여도는 -0.7%p였다.

예년보다 따뜻한 겨울 날씨로 의료 서비스 및 의류비 지출이 줄어든 점, 현대차의 노사협상 지연으로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공급이 지연된 점 등이 일회성 요인으로 민간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한은은 파악했다.

박 국장은 “1분기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2008년 4분기 -3.3%) 최저이긴 하지만 우리 경제 상황을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기보다는 추석 명절 요인으로 기업생산이 3분기에 쏠렸다가 4분기 마이너스 성장률(-0.2%)을 보였던 2017년과 비교하는 게 더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지출을 제외하더라도 경제활동 전반의 부진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국경제의 ‘성장 엔진’인 수출 부진도 성장률에 결정적인 타격을 줬다.

수입 감소폭(-3.3%)이 더 커 수출 감소가 GDP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했을 뿐 수출은 올해 들어 전분기 대비 2.6% 감소했다.

작년 12월 이후 수출금액 감소에 이어 2~3월에는 실질 성장률과 밀접한 수출물량 감소가 함께 나타났다. 특히 액정표시장치(LCD) 등 전기·전자기기의 감소폭이 컸다..

한은은 지난 18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하면서도 재정집행 확대,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경기 흐름이 ‘상저하고’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세계경기 둔화로 반도체 경기 회복도 쉽지 않다”며 “하반기도 하향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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