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盧, 용기있는 목소리 낸 지도자”…추모객 1만여명 몰려
부시 추도사 통역때마다 연호·박수
권양숙 여사·이낙연 총리등 발걸음

▲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엄수됐다.

추도식엔 권양숙 여사 등 유족과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문희상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바른미래당 손학규·민주평화당 정동영·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 대표,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민주평화당 유성엽·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정부 측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참석했다.

이날 아침부터 전국에서 몰려든 추모객 1만여명도 행사장을 가득 메웠다. 추도식은 유정아 전 노무현시민학교 교장 사회로 국민의례, 유족 인사말과 추모영상 상영, 부시 전 미국 대통령·문희상 국회의장 추도사, 가수 정태춘씨 추모공연, 이낙연 국무총리 추도사, 노래를 찾는 사람들 추모공연,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참배 순서로 진행됐다.

▲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23일 추도식에 앞서 사저를 방문,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에게 자신이 그린 노 대통령 초상화를 선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행사는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면서 특별한 분위기로 출발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소개될 때는 물론 추도사를 할 때도 참석 시민들은 한 단락씩 통역이 끝날 때마다 연호와 박수를 보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여기 오기 전 청와대에서 전 비서실장이자 현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환대를 받았다”고 소개하고 “권양숙 여사 등과 환담하면서 가족과 국가를 진심으로 사랑하신 분께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최근에 자신이 그린 노 전 대통령 초상화를 전달했다고 밝힌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인권에 헌신한 대통령, 친절하고 따듯하신 분, 모든 국민의 기본권을 존중하신 대통령’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어 “한국의 인권에 대한 그분의 비전이 국경을 넘어 북에까지 전달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미국은 모든 한국인이 평화롭게 거둔 인간의 존엄성이 존중되며, 민주주의가 확산되고 모두를 위한 기본권과 자유가 보장되는 통일 한국의 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은)자신의 목소리를 용기있게 내는 지도자의 모습이었고 그 대상에는 미국의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며 “국익을 위해 모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목소리 냈고, 물론 견해차는 있었지만, 한미 동맹에 대한 중요성, 공유된 가치보다 우선하는 것은 아니었다”고 추모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출국 일정상의 이유로 추도사 낭독 이후 노무현 대통령 묘역에 참배한 뒤 봉하마을을 떠났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의 장남 건호씨도 인사말에서 부시 전 대통령 참석에 특별히 감사를 표시한 뒤 “아버지께선 부시 전 대통령의 지적 능력과 전략적 판단에 대해 감탄하시곤 했다”며 “짚어야 할 것은 반드시 짚고 전략적 사안의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다고 하셨다”고 소개했다.

문희상 의장은 추도사에서 “‘야, 기분 좋다’ 그렇게 고향으로 오셨던 대통령님은 ‘원망마라, 운명이다’ 이 말씀 남기고 떠나셨다”며 “이별은 너무도 비통했고 마음 둘 곳 없어 황망했다”고 회고했다.

이낙연 총리는 “대통령님은 저희가 엄두 내지 못했던 목표에 도전하셨고, 저희가 겪어보지 못했던 좌절을 감당하셨다”며 “그런 도전과 성취와 고난이 저희에게 기쁨과 자랑, 회한과 아픔이 됐고. 그것이 저희를 산맥으로 만들었다”고 애도했다.

이 총리는 “대통령님은 존재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희망이었고 그의 도전은 보통 사람들의 꿈이었다”며 “‘사람 사는 세상’을 구현하려는 대통령님의 정책은 약한 사람들의 숙원을 반영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대통령을 마치 연인이나 친구처럼 사랑했다”고 했다. 김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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