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왕변전소 초기가압중 사고

석유화학제조사 불량품 발생

연기·불기둥 15분간 치솟기도

한전 과실…배상 받기 어려워

▲ 자료사진
한전 변압기 건도 공사 도중 순간적으로 전압이 떨어지는 사실상의 정전 사고가 벌어져 인근 공단 기업들의 피해가 발생했다. 한전의 과실로 피해가 일어났지만 ‘을’의 위치에 있는 기업들이 배상을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어서 한전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낮 12시57분께 울산 울주군 청량면 신설 두왕변전소 초기 가압 과정에서 전압이 0.37초가량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압은 일반 공장에서 사용하는 기준인 2만2900V 이하로 떨어졌다. 이 사고로 온산공단 내 석유화학제조업체 A사는 일부 공정에서 펌프 및 컴프레서 등 전기 장치가 가동을 멈춰 불량품이 발생했다. 또 불량품을 태워 없애는 과정에서 ‘플레어 스택(flare stack·가스를 태워 독성 등을 없애 대기 중에 내보내는 장치)’을 통해 검은 연기와 불기둥이 15분가량 치솟기도 했다.

A사 관계자는 “전압이 적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기계가 작동을 멈추기 때문에 사실상 정전과 같은 피해가 발생한다”며 “그나마 전 공정이 아닌 일부 공정에서 사고가 일어나 다행”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정상 가동까지 3~4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남구의 석유화학업체인 B사 역시 전력 저하로 일부 공정의 가동이 중단돼 불량품을 처리하고 오후 11시께 정상 가동에 들어갔다.

일부 기업은 전력이 정상 수준을 유지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반 가정 등은 전등 불빛이 순간적으로 약해지는 정도로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한전은 공사 중 전압을 흐르지 않도록 전선을 땅에 연결하는 임시 접지를 실시한 뒤 이를 제거하지 않아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전은 지역이나 기업별로 사용하는 전압이 동일하지 않아 얼마나 전압이 떨어졌는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 2011년과 2014년 등 잇단 정전 사고에도 불구, 피해 기업들은 한전으로부터 피해에 대한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한전 측의 과실이 명백해 보이지만 배상은 어려울 전망이어서 한전 측의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 피해 공장 관계자는 “불량품 처리 비용과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비용 등을 정확히 산출하려면 시일이 다소 걸릴 것 같다”면서도 “기업체가 사실상의 갑인 공기업을 상대로 손해 배상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만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매뉴얼만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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