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적·즉흥적이며 체면보다 실리 중시
비이성·비논리적 약점 오히려 강점으로
단순·명쾌한 소통방식 대중적 인기비결

▲ 한규만 울산대교수·영문학

트럼프 후보가 박빙으로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후 미국은 적지 않게 시끄럽다. 그는 파격적이기도 하고 거칠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여 큰 싸움을 벌이고, 북한 김정은에게 따뜻한 친구처럼 대하기도 한다. 예전의 미국 대통령과는 많이 다르다. 트럼프는 자신의 지지층을 견고하게 만들어가면서 상당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심리학잡지에 실린 인지 신경과학자의 글에 공감할만한 분석이 들어 있다. 글쓴이는 미국의 칼럼니스트 보비 아자리안이다. 그는 한 심리학 조사보고서를 인용하여 작성한 ‘Why Is Trump So Popular?(트럼프는 왜 인기가 있을까?)’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분석적 사고보다는 감성적 사고를 한다”고 평하였다. 사고유형은 말하는 사람의 생각의 틀을 보여주기 때문에, 세계적 지도자의 사고유형 파악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된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 당인 민주당 지도자들에게 비판을 받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소속한 공화당 정치인들에게도 외면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미국 국민들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트럼프는 “다른 공화당 지도자들과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에서 감성적인 언행에서 눈에 띄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아자리안은 “인간의 사고유형을 둘로 나눈다면, 분석적형과 내러티브형으로 나눌 수 있다”면서 “전자는 논리와 증거를 바탕으로 통계적으로 사고하며, 후자는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일화적이고 감성적으로 사고한다”고 했다.

분석적 사고란 ‘주어진 문제를 보다 단순한 부분들로 구분하고, 이를 통해 주어진 문제의 원인을 확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사고 과정’을 의미한다.

한편, 내러티브적 사고란 ‘인간이 일상에서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도록 하는 사고로서, 인간이 가지는 특정한 경험을 구체적이고 감성적으로 구성하는 사고유형’이다. 일반적으로 법조인 출신이 득세하는 정치계는 분석적 사고유형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오바마와 힐러리가 여기에 속한다. 그런데 트럼프는 경제인 출신으로서, 감성적이고 즉흥적이며 체면보다는 실리를 중시한다. 논리적이지는 않지만 지지층은 정서적으로 코드가 맞다고 좋아한다. 이 핵심 지지자들을 미국사회에서는 ‘레드넥’ 또는 ‘힐빌리’라고 부른다.

아자리안은 트럼프와 힐러리의 연설문을 문법의 품사를 기준으로 컴퓨터로 분석한 자료를 인용한다. 분석의 기본가정으로, “분석적 사고유형은 명사, 관사, 전치사를 많이 쓰는 반면, 내러티브 사고유형은 대명사, 조동사, 부사를 더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트럼프는 힐러리와 비교했을 때, 23대 42로 분석적인 면에서 점수가 낮게” 나왔다. 즉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면이 약하다는 것인데, 과거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분석적 사고유형에 가까운 반면 “트럼프는 사물을 관찰하고 말할 때 직관적이고 감성적”이라는 것이다. 아자리안은 “트럼프의 약점이 오히려 강점이 되고 있다”고 보았다. 그의 지지자들은 그의 짧고 “직선적인 언행이 오히려 공감하기 쉽다”고 본다는 것이다. 그동안의 지도자들이 위선적이고 현학적이어서 백성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반면, 트럼프는 대중적이고 소탈하다고 생각하는 백성들이 지지자가 된다는 것이다.

백성들은 21세기의 복잡한 정보를 현학적으로 설명하던 과거의 지도자를 싫어하고, 세계적, 역사적인 사건(예를들어 북미 판문점 회동)조차도 단순한 트위터로 캐주얼하게 접근하여 단순명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트럼프를 좋아한다. 그의 언행이 다소 비논리적이고 거칠지라도 상당수 미국인은 단순명쾌하고 소탈한 소통방식을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한규만 울산대교수·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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