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필자가 키우고 있는 개는 요즘 집 앞 공터에서 참개구리를 잡느라고 아예 혼줄을 놓았다. 이 공터에는 사람 가슴까지 자라난 개망초 군락이 있는데, 그 속에 들어가면 개나 사람이나 잘 안 보인다. 까만 콧등에 하얀 꽃가루를 묻힌 채 개망초 덤불을 마구 파헤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식물이름 앞에 ‘개’자가 들어가면 기존의 식물에 비해 여러모로 부족하다는 의미를 갖게 된다. 꽃이 작거나 향이 덜 하거나 크기가 작다는 것이다. 개쑥갓, 개쑥부쟁이, 개양귀비, 개별꽃, 개머루, 개망초···.

반면에 ‘참’자가 이름 앞에 들어가면 참꽃, 참머루, 참매미, 참나리, 참개구리 등과 같이 토종 의미를 갖게 된다.

개망초는 망초보다 못하다는 뜻인데 개망초는 번식력과 생명력이 워낙 좋아 개망초가 흥하면 농사를 망친다는 뜻에서 ‘망할 놈의 풀’로 불렸다. 또다른 한편에서는 ‘망국초(亡國草)’라고도 불렸다.

개망초는 에도시대 말(1865년경) 관상용으로 도입됐다가 일본 전역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퍼져나갔는데, 우리 백성들은 일본에서 들어온 개망초가 들판을 온통 휩쓸자 일본놈들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일부러 씨를 퍼뜨렸다면서 ‘망국초’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렇지만 개망초만큼 서민적인 풀꽃도 없다. 밭을 망치고 나라를 망치는 풀이 아니라 백성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는 민초의 뿌리에서 피어나는 풀꽃인 것이다.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꽃이 바로 개망초꽃이다.

▲ 개망초

눈치코치 없이 아무 데서나 피는 게 아니라/ 개망초꽃은/ 사람의 눈길이 닿아야 핀다/ 이곳 저곳 널린 밥풀 같은 꽃이라고 하지만/ 개망초꽃을 개망초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 땅에 사는 동안/ 개망초꽃은 핀다// 더러는 바람에 누우리라/ 햇빛 받아 줄기가 시들기도 하리라/ 그 모습을 늦여름 한때/ 눈물 지으며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이 세상 한쪽이 얼마나 쓸쓸하겠는가/ 훗날 그 보잘것 없이 자잘하고 하얀 것이/ 어느 들길에 무더기 무더기로 돋아난다 한들/ 누가 그것을 개망초꽃이라 부르겠는가.… ‘개망초꽃’ 전문(안도현)

7월 여름 한낮 고즈넉한 농촌 밭둑에 일제히 피어난 개망초꽃들은 밭매는 농부의 머리수건과 어울려 한폭의 그림이 된다. 계란 후라이 같이 생겼다고 ‘계란꽃’으로 불리는 이 꽃은 늘 먹는 우리 조선 백성들의 음식처럼 서민적이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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