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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기사승인 2019.07.16  21:5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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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퇴근 길, 교문을 나서는 데 낯이 익은 청년 한 명이 지나간다. 작년에 함께 공부했던 학생이다. 저도 내가 반가웠는지 씨익 웃는다. 차를 잠시 세우니, ‘안녕하세요!’ 하고는 고등학교 가서 성적이 얼마나 올랐는지, 과목별 등급은 어떤지 두서없이 말해준다. 다행히 잘 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좋다. 이렇게 만나는 학생들은 교사의 얼굴을 보자마자 고등학교에서 받은 자신의 성적에 대해 자랑하거나, 푸념한다. 중학생도 고등학생처럼 머릿속과 일상에 늘 시험과 성적이 가득 차 있기는 마찬가지다.

여름에는 방학이 있지만, 방학으로 가는 길에는 기말고사라는 큰 산이 있다. 학생들은 그 산 앞에서 오르기도 전에 겁을 먹기도 하고, 목표한 산의 정상이 너무 높아 힘겨워하기도 한다. 산행을 하다보면 내가 이 산의 어디쯤에 있는지 모를 때 가장 힘들다. 아이들의 시험 준비가 그렇다. 분명히 매일 공부하고 있지만, 지금 내 공부는 몇 점에 도달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 지친다. 공부를 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더해야 하는지 몰라 지치고, 안 하는 것 같아 보이는 아이들은 뭘 해야 할지 몰라 지친다. 교사들에게도 기말고사는 큰 산이다. 동 교과 교사와 머리를 맞대고 시험문제를 출제하고, 출제한 문제를 검토하고, 검토하고, 검토한다. 시험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은 올라갔던 산을 내려왔다가, 같은 길로 다시 올라가는 것과 같다. 그래서 기말고사를 준비하는 기간에는 교사들도 지친다.

그래서 기말고사 준비기간이 되면 학생도 교사도 모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 와중에 각 과목의 수행평가 채점결과가 발표된다. 수행평가 비중이 높아진 만큼 평가지표가 세분화 되어, 채점결과에 대해 학생들에게 자세하게 브리핑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수행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과목별 등급을 예상해보느라 분주하다. 그 과정에서 수행평가 결과가 자신의 예상과 다르다고 여기는 학생은 수행평가 점수에 대해 더 자세한 설명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러면 교사는 각 항목에 대한 감점요인을 학생에게 설명한다. 예민하고 지친 사람들의 대화는 자칫하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니 쉬어가야 한다.


산을 오르다보면 다리에 힘이 빠지고, 숨을 몰아쉬게 될 때 쯤 너럭바위가 나타난다. 울창한 산에서 삐죽이 튀어나온 그 바위에 서면 저 멀리 산 아래가 펼쳐지며, 내가 어디쯤 왔는지 가늠 할 수 있게 해 준다. 또 그 너럭바위에 척 걸터앉아 시원한 물이라도 꿀꺽꿀꺽 마시면,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몸을 추켜세운다. 본교에서 열린 어울림 음악회가 바로 올해의 너럭바위였다. 햇살이 내려쬐고,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눅눅한 날. 무거 챔버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연주회를 시작했고, 급식소에서 나온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때마침 연주회와 함께 시원하게 비가 내렸다. 비오는 날 교정에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학생들의 마음을 적시는 시원한 물이 되고, 교사들을 추켜 주는 바람이 되었다. 참 좋은 시간이었다.

산을 함께 오르는 사람들의 마음으로 학생과 교사가 서로를 생각하면 좋겠다. 정상에 오른 기쁨은 산의 높낮이에 달린 것이 아님을 기억하면 더욱 좋겠다. 그리고 산행을 마치는 마음으로 여름방학을 맞아하자. 머릿속과 일상에서 시험과 성적을 잠시 내려놓는 것이다. 방학은 방학이니까 말이다.

강대옥 무거중학교 교사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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