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비로 곳곳 침수 피해

▲ 제17호 태풍 ‘타파’의 영향으로 22일 울산시 동구 일산해수욕장에 요트 2척이 강풍과 파도에 떠밀려 와 해변가에 위태롭게 걸려있다. 거센 파도 속에서 울산해양경찰이 선박 결박작업을 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dskim@ksilbo.co.kr

태화강 범람 우려에 긴장
강풍 인한 사고도 잇따라
울산대교 양방향 통제도
울산공항 항공기 전편 결항

많은 비와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을 동반한 제17호 태풍 타파가 북상하면서 울산에서는 3년 전 내습한 태풍 ‘차바’의 불안감이 엄습했다. 태풍이 울산 근교에 도달하기 전 이미 1명이 목숨을 잃었고 담벼락이 무너지거나 도로가 침수되는 등 100여건의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또 태풍 차바 때 태화강 둔치 침수의 원인이 됐던 울산 앞바다 만조시간까지 겹쳐 불안감이 가중됐다.

◇차바와 경로 유사, 많은 비와 강풍

22일 기상청에 따르면 제주도에 600㎜가 넘는 물 폭탄을 뿌린 태풍 타파로 울산과 울산 앞바다에는 이날 오전 8시를 기해 태풍경보가 발효됐다. 이날 오후 7시 현재 울산기상대에는 184.2㎜, 북구 매곡동 274㎜, 울주군 삼동면 243.5㎜의 비가 내렸다.

기상청은 23일 새벽까지 추가로 150㎜ 이상의 비가 더 내릴 수 있다고 예보했다. 태풍이 지나가면서 울산에는 많은 비와 함께 강한 바람까지 동반했다. 울기등대에서는 최대 순간풍속이 초속 35.7m/s(시속 128.5㎞/h)로 매우 강하게 불었고 간절곶에서도 29.7m/s까지 불었다. 동해남부 해상에서는 파고가 최대 9.6m까지 일었다.

이번 태풍 타파는 지난 2016년 울산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태풍 차바와 유사한 경로였으며 많은 비를 뿌린 것도 비슷했다. 차바는 당시 총 266㎜(울산기상대 기준)의 비가 내렸다. 울산대교는 바람이 순간 최대풍속 35m/s까지 측정돼 이날 오후 6시30분을 기해 양방향 전면 통제됐다.

◇울산 1명 사망, 곳곳 침수 피해

태풍 타파가 북상하면서 울산은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울산시소방본부에 따르면 22일 오후 7시 기준 태풍으로 인한 간판 안전조치, 외벽낙하 위험조치 등 안전조치 출동 신고가 103건에 달했다. 태풍이 근접한 오후 10시 이후에는 출동이 더 많아졌다.

이날 오후 1시15분께는 선장 A(66)씨가 울주군 온산항 유화부두 인근에서 자신의 선박(통선 2척)이 표류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배를 인양하기 위해 해경 경비함을 타고 선박에 오르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숨졌다. 해경은 통선 2척이 부두에 서로 줄을 이은 채 함께 정박해 있었지만 강한 비바람과 파도 때문에 줄이 풀려 표류한 것으로 추정했다. 동구 일산해수욕장에서는 강풍에 의해 요트 2척이 표류하다 백사장에 좌초돼 해경이 조치했다.

북구 명촌동에서는 현대차 울산공장 외곽 담 일부가 무너졌고 북구 신현동 무룡터널 진입로에는 토사가 일부 유출됐다. 중구 북정동에서는 주택 담이 무너졌고 남구 신정1동에서는 기계주차장 철거 현장이 강풍에 뜯겨 샌드위치 판넬이 낙하, 전신주를 파손해 일대가 정전됐다. 태풍으로 도로를 통제하던 경찰관이 교통사고를 입는 일도 발생했다. 북구 아산로와 명촌지하차도, 번영교 하단 등 도로 곳곳이 침수돼 차량통행이 통제됐다.

▲ 22일 울산시 북구 산하동 한 건물외벽의 외장재가 떨어져 도로에 주차된 차량을 파손시키는 등 일대가 아수라장으로 변해있다. 김동수기자

◇만조시간 겹쳐 태화강 범람 우려

하늘길도 통제됐다. 울산공항에서는 이날 오전 11시30분 서울 김포에서 울산에 도착 예정이던 대한항공 KE1603편부터 마지막 항공기인 오후 4시 울산에서 제주로 가는 에어부산 BX8307까지 일요일 하루 공항을 오가는 20편이 모두 결항했다.

환경부 낙동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태화강(태화교)의 수위는 2.36m로 계속 높아졌다. 오전 7시만해도 태화강(태화교) 수위는 1.39m에 불과했으나 12시간만에 1m 가까이 높아졌다. 태화강의 수위가 4.5m가 되면 홍수주의보, 5.5m를 넘으면 홍수경보가 내려진다. 2016년 태풍 차바 당시 태화강의 수위가 지속 상승해 홍수경보까지 발령된 바 있다.

문제는 이번에도 범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태풍 차바 당시에도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에다가 만조시간이 겹쳐 범람, 강변도로와 인도가 침수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많은 양의 비와 만조 시각이 겹친다. 울산은 23일 오전 1시8분이 만조 시간이다. 23일 새벽까지 추가로 최대 150㎜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돼 더 큰 침수 피해도 우려된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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