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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10)]쉰등마을을 지키다 - 경주 서악동 삼층석탑

기사승인 2019.10.17  21: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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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무열왕릉이 있는 서악동은 구절초 축제가 한창이다. 휴일을 맞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동네 골목길을 지나 언덕을 오르면 크고 작은 고분들이 선도산 자락에 죽 펼쳐진다.

50여 개의 고분이 등성이를 이루고 있다하여 이름조차 쉰등마을이다. 고분들을 배경으로 탑 한기가 우뚝하고 주변은 온통 구절초 꽃밭이다.

보물 제 65호 서악동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의 정형을 따르지 않은 모전 석탑계열이다. 큼지막하게 자른 화강암 8장을 2단으로 쌓아 기단을 구성했다. 몸돌은 여윈데 반해 지붕돌은 무거워 보일만큼 크고 둔중하다.

그러면 어떠랴. 탑은 제 온몸으로 서악동의 가을을 이고 지고 있어 그 자체로 아름답다. 혼자 쓸쓸할 틈도 없다. 사람들은 꽃을 보러 왔지만 모두 석탑을 향해 목을 쭉 빼 올린다.

   
▲ 경주 서악동 고분군 등성이에 탑 하나 오롯이 천년을 지켜온 서악동 삼층석탑.

꽃과 석탑을 함께 담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주변은 북적인다. 오늘따라 묵직한 삼층 지붕돌이 하늘을 향해 쑥 올라간 듯하다. 그걸 바라보는 내 어깨도 덩달아 으쓱하다.

이 석탑을 보는 재미는 일층 몸돌의 남쪽 면이다. 큼직하게 감실(불상을 모시는 방)을 파서 문을 표시했다. 문의 양쪽에는 돋을새김한 인왕상이 서 있는데 살짝 후광까지 비친다.

구절초들이 경배를 올리듯 활짝 피었다. 그래서인지 키 작은 인왕상은 허리를 약간 비틀고 머리도 외틀어 위로 향하고 있다. 결연한 의지의 인왕상과 손이라도 잡아볼까 하는데 풍악이 울린다. 아하, 구절초 음악회가 시작되나 보다. 수궁가 ‘난감하네’의 해학적인 노랫소리가 이어진다.


“그 놈의 간을 어찌 구한단 말이오/ 난난난난난난난난난 난감하네/ 돈 싫소 명예 싫소 벼슬도 싫소 세상에 나가긴 더욱 더 싫소”

토끼의 간을 구하러 육지로 가야하는 별주부의 심정을 헤아리며 인왕상과 얼굴을 맞대고 ‘얼쑤!’ 추임새를 넣는다.

서악동 고분군 등성이에 탑하나 오롯하다. 천년이란 시간을 넘어 떨림도 난감함도 없이 쉰등마을을 지키고 있다. 배혜숙 수필가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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