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역사를 통해서 교훈을 얻는다고 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30여년간 탈원전정책을 펴다 포기한 미국이 역사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다. 그것은 탈원전정책이 환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탈원전정책을 30여년간 직접 경험하고 연구해온 스티븐 추 스탠퍼드대 석좌교수는 “탈원전정책이 환경,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학자라면 모두 아는 상식이다”라고 하였다. 이 교훈은 단순히 탈원전을 하면 이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모르는 30여년의 질곡의 역사가 녹여져 있는 진실의 정수(精髓)인지 모른다. 왜 이 교훈을 중요하게 여겨야만 하느냐 하면 국가에너지정책은 미래의 국가운명을 결정지을 뿐 아니라 서민들의 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책이 잘못될 경우 서민들은 높은 전기요금으로 겨울혹한기, 여름무더위에도 난방기, 에어컨을 켜지 못하고 늘어나는 초미세먼지로 엄청난 고통을 받을 수 있고 잦은 정전사태로 많은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최근 탈원전정책의 영향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그것은 작년 안전강화 등의 사유로 원전정비공사기간이 늘어나 원전발전량이 대폭 줄은 현상이다. 정비공사로 원전발전량이 줄은 것이나 탈원전정책에 의한 원전폐기로 줄은 것이나 원전발전량이 줄어듦으로 받는 영향은 똑 같다. 즉 정비공사로 원전발전량이 줄어듬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잘 관찰하면 앞으로 탈원전정책으로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 그동안 정비공사로 값싼 원전발전량이 대폭 줄었고 그것을 대체하기 위해 값비싼 LNG발전량이 대폭 늘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연료가가 LNG 16.2%, 유연탄 21%, 유가 30% 증가하였고 민간발전소 전력구입비가 늘어나 큰 폭의 흑자를 내던 한전이 큰 폭의 적자회사로 돌아섰다. 이것은 경제적 측면의 부정적 영향이다.

‘탈원전정책으로 원전발전량을 줄이면 환경,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교훈의 공식에 의하면 환경적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도 어딘가에 있다.최근 일어난 현상 중 명확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이 있다. 금년 1~2월 유례없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금년 초 국내발생 초미세먼지가 작년 초에 비해 늘었는지 줄었는지, 늘었다면 어느 부문에서 얼마만큼 늘었는지 언급이 없다. 작년과 거의 동일한데도 불구하고 기상여건 악화와 중국발 초미세먼지증가만으로 18.8%나 비정상적으로 높아졌는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시야를 뿌옇게 흐릴 정도의 ‘고농도’발생횟수가 증가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무엇인가 고농도현상을 일으키는 국내오염물질이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 원인을 밝히고 개선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대기정체된 상태에서 고농도발생횟수가 점차 증가하여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본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시 미세먼지 발생원인으로 △난방·발전(39%) △자동차(25%) △건설기계(12%) △비산먼지(22%) 등으로 보았다. 여기서 발전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작년 1년동안 비정상적으로 크게 늘어났다고 보기 어려운 반면 발전부문은 안전강화 등의 사유로 원전 계획예방정비 공사가 늘어나 초미세먼지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전발전량은 줄고 그 대신 LNG발전량이 약 22.5%, 크게 늘어났다. 작년 12월, 금년 1월에도 한울6호기(1000MW), 한울1호기(950MW), 한빛4호기(1000MW)는 정비공사 중이었다. 더욱이 우리나라 LNG발전소의 절반 이상이 서울 인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수도권의 발전량이 많았고 초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였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또 최근 LNG발전과 관련하여 새로 밝혀진 내용이 있다. LNG발전은 발전단가가 높은 관계로 다른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에 비해 자주 껐다, 살렸다를 반복한다. 보통 전력이 남는 야간에 정지하기 위해 저녁에 껐다가 아침에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그 과정에서 정지된 상태에서 가동하는, 처음 약 1시간30분 동안 일산화탄소(CO), 미연탄화수소(UHC) 등 많은 유해물질을 포함한 불완전연소가스가 배출가스 저감장치없이 바로 배출되고 있다. 더욱이 일산화탄소, 미연탄화수소는 배출규제 대상에서 빠져있어 측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김지훈 울산 울주군 범서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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