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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암 환자들에서 개구충제 복용 논란에 관하여

기사승인 2019.11.18  21: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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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푸라기라도 잡고싶은 심정 알지만
임상실험 검증 안된 약 복용은 위험
의사의 치료계획과 권유 믿고 따르길

   
▲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최근 진료실에서 개구충제를 먹어보면 어떨지 물어보는 암 환자와 가족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인터넷 기사와 동영상을 통해서 개구충제를 먹고 효과를 봤다는 몇몇 암 환자의 경험담이 국내 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벌어진 일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절박한 상황에서 효과만 있다면 어떻게든 약을 구해 복용해 보고 싶은 건 인지상정(人之常情)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고 힘든 상황일수록 침착하고 냉정한 자세를 잃지 않길 간곡히 당부하고 싶다. 다시 말하면, 개구충제를 구매해서 드시지 말고 현재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를 믿고 그의 치료 계획과 권유를 그대로 따르시길 권유 드린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필자는 이전 여러 항암제 개발 과정에 참여했으며 현재까지 100여건 이상의 항암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구충제 항암 효과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그 중 하나 예를 들어보면, 약 20년 전 한약제로 암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약제가 있었다. 당시 공중파 방송에서도 심도 있게 치료 효과를 본 환자들의 사례를 다루었었다. 결국은 미국과 한국에서 항암제로 가치가 있는 지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이루어졌고 안타깝게도 진행된 임상시험 결과는 기대를 훨씬 못 미치는 결과를 보여 이제는 대중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상태이다.

그렇다면, 이번에 회자되고 있는 개구충제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물론, 쉽게 예단할 순 없다. 아마도 확실한 결론이 나오려면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최소 수년간의 논란과 여러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위 논란의 핵심을 정리하면, “기존 다른 용도의 약제를 몇몇 암 환자가 복용하여 항암 효과를 봤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바로 암 치료 목적으로 여러 암 환자들에게 복용을 추천할 수 있는가?” 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의 답은 “아니다” 이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개구충제 말고도 이미 항암효과를 보이는 물질 또는 다른 용도의 약제들은 이전에도 꽤 많이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대부분 항암치료 목적으로 결국 사용되고 있지 않다. 그렇다면 항암 효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약제로 사용되지 않고 왜 사장되었을까? 가장 큰 이유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존 항암제들에 비해 효과와 안전성 면에서 나은 점이 없기 때문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표준 치료제보다 항암 효과가 부족한 약은 실제 쓸모가 없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효과가 있더라도 부작용이 심하면 역시 상용화되지 못하고 폐기된다. 이러한 예는 과거 수 없이 많다. 개발 단계에서 기존 약제를 뛰어넘지 못해 안타깝게 실패한 후보 약제들은 수천, 수만 가지에 이른다.

따라서 개구충제가 일부 항암 효과를 보이는 것이 정말 사실이라 하더라도 항암제로 임상에서 사용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희박하다. 다시 말하지만 기존 항암제보다 나은 점이 있어야만 써볼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개구충제를 항암 치료 목적으로 복용한다면 기대한 효과 보다는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개구충제 복용은 골수, 신경계 그리고 간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골수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발열 및 감염으로 위험해 질 수 있으며 혈소판 감소증으로 인해 심각한 출혈도 생길 수 있다. 또한, 신경계 부작용으로 손발이 저리거나 근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신경계 손상은 회복이 안 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한편, 간 기능 이상이 초래되면 회복될 때까지 다른 항암제 투여가 어려워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동물용으로 개발된 기생충 박멸 약을 임의로 암 치료 효과를 기대하고 먹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추천해선 안 된다. 민영주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경상일보, KS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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