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신성성 재확인 다시 찾은 삶의 리듬

한국무용·현대무용·스트릿댄스

국악과 드럼·기타·신디의 조화

과도한 조합에도 어긋남 없어

격정적이고 볼거리 풍성한 무대

▲ 지난 6일 울산문예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된 울산시립무용단의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
우리는 모두 노동자다. 사업 현장 근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일상적인 공간에서, 각 분야의 노동을 반복한다. 지난 6일 선보여진 시립무용단의 공연은 노동자의 삶에 청량한 리듬감을 불어넣어 준 공연이었다. 조직에 속박됐다는 노예의식에서 벗어나 일상 속 음표와 쉼표를 찾아주었다. 삶의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면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에 주목해보자.

‘울산아리아­크레인의 날개’는 인간 노동의 근원을 태초 자연에서 찾는다. 초록 자연과 두루미의 날개짓 속에 무성한 기관음이 지평선을 들추면서 하루가 시작된다.

2장에서는 강 대신에 컨베이어벨트가 흐르고 인공조명이 해와 달을 대신해 시간을 알린다. 노동자들이 땀 흘려 일하는 동안 도시의 풍경은 매 순간 놀랍도록 화려해지는데 이때 무대연출, 음악 등의 조화가 압권이다.

가슴을 요동치게 하는 대북 등 국악기와 어우러진 무용수의 경쾌한 움직임이 펼쳐졌다. 무용수들이 착용한 안전모의 빛도 조명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어 ‘불매소리’를 배경으로 하는 ‘수건춤’은 한국무용의 전통미에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보여줬다. 가장 강렬하게 기억에 남을 장면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과한 연출로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파트에 비해 3장은 디테일적인 면에서 아쉬움을 남겼고, 4장부터 다시 화려한 볼거리가 쏟아졌다.

한국무용 발동작에 스트릿댄스를 조화시켜 감정없이 움직이는 인형을 표현했고, 수학적으로 계산된 밀도있는 움직임으로 구성된 군무를 통해 에너지 넘치는 볼거리를 연출해냈다. 무대는 대체로 심플하면서도 정교하게 꾸며졌고 국악반주단이 연주하는 웅장한 음악으로 인해 무대는 격정적으로 달아올랐다.

관객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정확했다. 볼트를 조으고 망치질하는 산업노동자부터 감정노동자의 현실까지 무용으로 담아냈고, 그들의 절망과 절규, 비명까지 속도감있게 풀어냈다.

한국무용과 현대무용, 스트릿댄스의 융합. 국악반주단에 드럼, 기타, 신디의 조화. 과도한 조합이 아닐까 우려했지만, 큐브조각이 제자리를 찾아가듯 어긋남 없이 어우러졌다.

홍은주 울산시립무용단 예술감독은 공연에 앞선 인터뷰에서 무용을 ‘몸 시(詩)’라고 표현했다. 춤은 무용수가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내보이며 감동을 전하는 시(詩)와 같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노동자들의 꿈과 욕망이 한 편의 시가 되어 운율감 있게 무대예술로 표현된 공연이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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