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철씨 ‘누구나 아티스트’
시민들 참여하는 열린 전시로
소장품 작품으로 내고 감상도
옥동중·한수원 등서 개최
울주군 아트나살서 계속 선봬

▲ 12월 초 한국수력원자력(주) 인재개발원 로비에서 진행된 개념미술전.

지난 8일 국제적인 미술장터 ‘아트바젤 마이애미’. 12만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팔린 미술품 ‘바나나’를 어느 행위예술가가 먹어치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미술품 제목은 ‘코미디언’. 바나나 한개를 테이프로 벽에 붙인 것인 전부다. 이 작품은 국제무역의 이중성을 풍자한 것. 작품이 누군가의 입 속에서 사라졌지만, 작품이 파괴된 건 아니라는 갤러리의 입장발표로 또한번 화제를 낳았다. 해당 작품의 키 포인트는 바나나 자체가 아니라 이를 이용한 ‘발상’이라는 이야기였다.

이는 ‘개념미술’이다. 완성된 작품 자체보다 아이디어나 과정을 예술이라고 생각하는 현대미술 경향이다. 그런데 울산에서도 이같은 개념미술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장소를 옮겨다니며 벌써 3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사진가이자 전시기획자인 강세철씨가 제안한 ‘참여하는 개념미술’ 부제의 ‘누구나 아티스트’전이다.

▲ 울산MBC 1층 카페에서 열린 ‘누구나 아티스트’.

첫 행사는 지난 10월 옥동중학교에서 열렸다. 김자영 미술교사의 주도로 어느 한 교실을 갤러리로 꾸며놓고 학생들이 본인의 물품을 갖다놓은 뒤 미술작품으로 해석하는 참여행위가 이어졌다. 학생들의 작품은 ‘나의 눈’(안경), ‘감동의 맛’(딸기빵) 등이었다.

11월에는 울산MBC 내 카페로 장소를 옮겨 진행됐다. 카메라와 미니선풍기 등이 작품으로 나왔다. 저마다의 사연이 이어졌지만, 전시 내용이나 방식에 낯설어하는 메모도 적지않았다.

12월 초에는 한국수력원자력(주) 인재개발원 로비에서도 진행됐다. 박상형 원장이 직원들의 미술감상과 예술경험을 위해 로비를 미니갤러리로 꾸미는 방안을 제안했고, 조각품과 평면회화 등이 일주일 간 전시됐다. 동시에 직원들이 참여하는 개념미술전도 함께 마련됐다.

한수원 인근 울주 서생면 나사리의 갤러리카페 아트나살에서는 아직도 전시가 진행 중이다. 방문객들은 전시장에 본인의 물품과 그 물건이 의미하는 메시지를 남기면서 개념미술에 동참한다. ‘로케트 발사’(뾰족한 연필), ‘새빨간 거짓말’(립스틱), ‘펜스를 넘어온 보물’(야구공) 등의 ‘참여하는 개념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강세철 기획자는 “‘개념미술’ 안에서는 일상의 물건이 작품이 되고,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 화려한 볼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울산지역 미술문화가 조금이라도 풍성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 기획자는 아트나살에서 한동안 전시를 계속 이어갈 생각이며, 개념미술 전시가 계속 이어지도록 새로운 전시공간을 찾고있다. 홍영진기자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