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형석 사회부 차장

“근무시간에 와이파이를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요?” “안전 및 품질과도 직결되는데 차를 만들때 핸드폰을 보다니요” 지난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때 아닌 ‘와이파이(WiFi)’ 접속 제한 논란이 불거져 노사갈등으로 비화됐다. 하지만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시민들과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비난의 화살은 주로 노조쪽을 향하고 있다. 관련 기사 댓글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노조의 주장을 옹호하거나 사측을 비판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상당수가 노조의 과도한 요구와 안일한 근무행태를 비판하는 글들이었다.

이번 사태는 현대차 사측이 지난 9일부터 울산공장 내 와이파이 사용시간을 기존 24시간에서 쉬는 시간과 식사 시간 등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접속을 제한하면서 촉발됐다. 사측은 당시 “작업자의 안전문제 발생 위험이 노출되고 있고, 회사의 자동차에 품질불량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아져 현장의 와이파이 접속시간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궁극적으로는 본사의 감사 지적(근무중 휴대폰 사용)이 결정적 근거였다.

하지만 노조는 “와이파이 차단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전기차를 도입하지 말자는 주장과 같다. 단체협약과 노사합의를 파기하면 노사관계는 파탄난다”며 반발했고, 항의집회와 특근 거부까지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사측은 이틀 뒤인 11일 울산공장 생산라인 근무자들이 기존처럼 24시간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도록 되돌렸다. 작업시간 중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접속제한을 한지 이틀 만에 해제하면서 이번 사태는 사흘만에 해프닝으로 끝났다. 노조의 반발에 회사가 백기를 든 모양새다.

이러자 노조는 물론 사측에 대해서도 비판이 일었다. 사전협의없이 일방적으로 제한 조처를 내렸다가 노조의 강한 반발에 물러난 모양새가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에는 국내 최대 자동차메이커이자 글로벌기업과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안전 및 차량 품질과도 직결되는 사안을 협의를 한다는 자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는 오래전부터 쉬쉬해오던 문제가 이제서야 터졌다는 반응이다. 실제 지난 4월에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일부 근로자들이 작업 중에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시청하고 이어폰을 낀 채 음악을 듣거나 게임을 하는 모습이 한 언론 매체를 통해 폭로되는 등 근무중 일부 근로자들의 핸드폰 사용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에 따라 올해 8년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라는 값진 성과도 와이파이 사태로 퇴색되는 양상이다. 특히 ‘묻지마 투쟁’ ‘정치파업’ ‘강성·귀족노조’ 등의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돼오다 최근 몇 년새 파업 자제 등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 노조는 와이파이 사태로 또다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노조 내부에서도 일부 조합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노사가 단협 위반이라는 지엽적인 문제에서 벗어나 ‘안전과 품질’이라는 지극히 원칙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와이파이 사태는 애초에 이러한 논란의 대상이 아니라는게 일반적 시각이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에서 근무중에 ‘안전과 품질’ 보다 우선시 할 수 있는게 없기 때문이다. 이 또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아닌지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차형석 사회부 차장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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