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참주인이어야 참일꾼 뽑아
감시·비판 눈으로 투표권 행사해야
우리 삶과 국가운명 제대로 흘러가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사장

새해 아침에는 새로운 결심을 하고,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한다. 섣달 그믐밤에 자면서 새해 첫날을 맞으면 액(厄)을 쫓지 못하고 눈썹이 희어진다는 동화(!)같은 이야기에 자정이 넘도록 졸음을 참았던 기억이 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아침 해를 먼저 보았다고 해서 무엇이 달라지겠느냐마는 새 희망을 향한 출발이자 자기 다짐의 시작에 대한 각성의 의미가 있다.

거리에는 대립과 균열이 날카롭다. 검찰 개혁, 경제 정책과 교육제도 변화 등을 둘러싸고 갈등이 넘쳐난다.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바뀐 선거제도와 야당의 이합집산 몸부림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대의제 민주공화국에서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를 대신하여 안정적으로 국가 운영을 하고 우리 삶을 결정하는 대의기구의 구성원을 선출하기 때문이다.

영국 수상 처칠은 ‘정치인은 주인이 되기 위하여 하인의 자세를 취한다’고 하였다. 억지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교언영색하고, 국민을 위한다고 허언을 남발하면서 그럴듯한 이미지로 포장하였지만 전문성이나 실력이 부족하며, 행사장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과의 접촉만을 주무기로 감성팔이하거나 표리부동한 인성을 가진 인물에 현혹되면 곤란하다.

정치학 교과서에서 정치는 다양한 의견과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고 정의된다. 궁극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증진시키고 국가의 영속성을 보장하여야 한다. 현재 정치의 모습은 이와는 거리가 멀다. 통합과 발전이 아니라 갈등과 분열이 거리와 광장 그리고 미디어에서 확대되고 있는 단초를 정치가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정당의 독주를 막고 다양성을 장려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의 모습이건만 작년 말과 새해 아침에 들려온 예산과 입법에 관한 국회발 소식은 정반대였다.

정치의 중심에는 국회가 있다. 그 구성원인 국회의원은 다른 어떤 직역보다 불신을 받고 있다. 2018년도 국가사회기관 신뢰도 조사결과 등을 보면 꼴찌 수준이다. 보좌진도 많아졌고(필자가 법무부에서 파견되어 국회 전문위원으로 일하였던 2005년 무렵 의원 1인당 6명이었으나 현재 9명임) 의원회관도 증축되어 2배 가까이 업무공간이 늘어난데 반하여 일하는 모습이나 일의 결과는 그러하지 못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주권자를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할 정치인으로 누구를 선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과 국가의 운명은 달라진다. 공익을 절대적으로 우선시하는 사람,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길을 개인적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 비전을 가지고 국민을 행복의 길로 인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신의가 있으면서도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올바른 판단력과 지혜가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필자가 4년전 무소속으로 낙선하는 과정에서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으로 충만하여 거리와 광장을 누볐던 기억이 있지만 ‘진실로 출마가 새로운 직업 선택이 아니라 공적 봉사의 신념을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를 반문하다면 솔직히 부족하였다고 느껴진다.

민주공화국의 주인은 선거로 자존심을 표출한다. 주인의 의사를 바로 알고 실천하는 인물을 대리인으로 선택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모임과 행사장에서 주인은 뒷전인 채 선출직 소개가 먼저이고 불참한 국회의원의 축전을 읽고 박수치면서 시간을 낭비하는 모습은 비판적 의식을 가진 적극적 시민과는 거리가 멀다.

‘정치를 외면한 대가는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를 당하는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보다 더 화나는 일은 없다’고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이 말하였다. 감시하고 비판하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제대로 판단하여 투표권을 행사하는 일은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고 개인적인 소원을 비는 일보다 우리의 삶에 있어 훨씬 중요하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사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