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3 챔피언십 결승전, 연장 혈투속 정태욱 헤딩골로 승
김 감독 “특출난 선수 없었지만 ‘원팀 정신’ 좋은결과로”

▲ 26일 오후(현지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결승전. 사우디를 꺾고 사상 첫 대회 우승에 성공한 김학범 감독과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높이 들고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끝까지 두드리니 마침내 골문이 열렸다. 한국 축구가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120분 연장 혈투 끝에 첫 우승을 달성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3 축구 대표팀은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회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8분 터진 정태욱(대구)의 헤딩 결승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결승 진출로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본선 진출권을 확보해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에 성공한 김학범호는 2014년 1월 시작해 4회째를 맞는 이 대회에서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는 겹경사를 맞았다.

특히 김학범호는 AFC U-23 챔피언십 역대 대회 처음으로 전승(6승) 우승의 쾌거까지 일궈냈다.

김학범호는 조별리그 3경기(중국 1대0승·이란 2대1승·우즈베키스탄 2대1승)를 시작으로 요르단과 8강전(2대1승), 호주와 4강전(2대0승)에 이어 사우디와 결승전(1대0승)까지 내리 6연승의 ‘퍼펙트 우승’을 기록했다.

한국은 1회 대회 4위, 2회 대회 준우승, 3회 대회 4위에 그치다가 4회 대회를 맞아 우승하며 ‘3전 4기’에 성공했다.

‘도쿄행 티켓’과 ‘우승 트로피’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학범호는 28일 새벽 방콕을 떠나 귀국길에 오른다.

결승전을 앞두고 “끝까지 두드리면 열릴 것”이라던 김학범 감독의 말이 현실이 됐다.

김학범 감독은 사우디와 결승전에선 4강전과 비교해 3명만 바꿨지만 왼쪽 풀백 자원인 김진야(서울)를 오른쪽 날개 공격수로 가동하는 ‘변칙 작전’을 내세웠다.

오세훈(상주)을 원톱으로 좌우 날개에 정우영(프라이부르크)과 김진야를 배치하는 4-2-3-1 전술을 가동한 한국은 공격형 미드필더에 김진규(부산), 수비형 미드필더에 김동현(성남)-원두재(울산)를 투입했다.

좌우 풀백은 강윤성(제주)과 이유현(전남)이, 중앙 수비는 정태욱과 이상민(울산)이 나섰다. 골키퍼는 송범근(전북)이 6경기 연속 출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예상을 깨고 변칙 작전에 나섰지만 김학범호는 전반에 상대의 조직적인 패스와 강한 전방 압박에 막혀 이렇다 할 공격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특히 준결승까지 단 1실점만 했던 사우디의 후방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느껴졌다.

전반을 득점 없이 마친 한국은 전반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날린 정우영 대신 이동준(부산)을 투입했고, 후반 8분에는 김진규 대신 이동경(울산)을 내보내 전술의 변화를 줬다.

좀처럼 득점 기회를 살리지 못한 한국은 후반 26분 이유현을 빼고 김대원(대구)을 왼쪽 날개로 투입하면서 김진야를 오른쪽 풀백으로 내려 공격진을 강화했지만 여전히 득점에 다가서지 못했다.

전후반 90분 동안 득점 없이 끝난 경기는 결국 연장 승부로 들어갔다.

연장 전반도 성과 없이 흘려보낸 한국과 사우디는 연장 후반 시작과 함께 김대원이 반칙을 얻어내는 과정에서 감정이 충돌하면서 잠시 험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사우디의 골문은 마침내 연장 후반 8분 활짝 개방됐다. 기분 좋은 결승골의 주인공은 수비수 정태욱이었다.

한국은 연장 후반 8분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이동경이 골대 쪽으로 투입했고, 정태욱이 골지역 정면에서 번쩍 솟아올라 헤딩으로 사우디의 골그물을 흔들었다. 사우디의 철벽 수비를 허무는 한방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주심의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태극전사들은 모두 그라운드에서 서로를 껴안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고, 꿈에 그리던 우승 트로피를 방콕의 하늘 높이 들어올렸다.

김학범호의 중원을 든든히 지킨 원두재가 이번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또 골키퍼 송범근은 6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하며 3실점으로 막는 철벽 방어로 김학범호의 우승에 큰 힘을 보탰다.

김학범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림픽 본선 진출과 대회 우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대회였다”라며 “우리 팀은 특출난 선수가 없다, 그래서 한 발짝 더 뛰고 희생하는 ‘원팀 정신’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도쿄올림픽 목표를 묻는 질문에 “지금 올림픽 목표를 정확하게 말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이번에는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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