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친지, 친구들의 모임이 많은 설날 연휴가 지나갔다. 국회의원 총선거가 7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지역별·세대별로 정치적 견해차를 확연하게 드러내는 일이 잦다. 특히 설날과 같은 명절은 오랜 기간 서로 떨어져 살면서 생각의 차이가 커졌지만 말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가까운 관계이다 보니 정치이야기로 목소리를 높이다보면 결국 싸움으로 번지고 만다. 그래서 정치이야기는 명절에 가장 금기시해야 할 대상이 된지 오래다.

울산지역 정치인들이 수집한 설날 민심은 여전히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쓴소리’를 듣고 개선을 할 수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설날 민심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텐데 어쩐 일인지 한결같이 좋은 소리만 골라 듣기의 명수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더불어민주당 울산시당은 “외곽순환도로 건설, 공공병원 유치, 강동권 개발 등 지역숙원사업이 진행될 기미를 보이면서 지역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 섞인 목소리가 있었다”고 한 반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서민 경제가 너무 어렵고 지역경기도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민심이 주를 이뤘다”고 했다. 중앙당에서는 원인분석과 전망은 다르지만 여야 한 목소리로 “민생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았다”는 전제는 같았으나 울산지역 정치권은 아예 경제위기에 대한 체감조차 달랐다. 울산 경제회복을 위한 정치인의 역할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서는 민주당 울산시당은 “범죄 혐의가 없는데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다 보니 장기화하고 있으며 검찰인사는 잘못된 검찰 조직을 바로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했다. 반면 자유한국당 울산시당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의 수사무마를 위한 검찰인사”라고 진단했다. 중앙당과 큰 차이 없이 진보와 보수 정당이 완전히 갈렸다. 앞으로도 정치적 협의가 불가능할 것으로 진단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들이 설민심을 연결고리로 내놓은 해법은 총선에서의 ‘심판론’이다. 민주당 울산시당은 “수구퇴행세력 한국당을 심판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당 울산시당은 “한국당이 승리해야 문재인정권을 끌어내릴 수 있고 경제도 살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분명 쓴소리도 함께 들었을 터인데 울산지역 정치권은 자기반성을 모른다. 총선 이후에도 여전히 울산정치인들은 자신의 입신양명(立身揚名)만 도모하는 정치를 할 것이란 불안감이 점점 커지는 이유다. 경제가 어렵고 정의가 무너진 원인이 정치인들에게 있다는 설민심조차 읽을 줄 모르는 그들을 심판하는 것, 오로지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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