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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혜숙의 한국100탑(15)]선종의 꽃이 피다-성주사지 오층석탑

기사승인 2020.02.13  23: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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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혜숙 수필가

황량한 폐사지에 맵찬 바람이 분다. 두툼한 옷깃을 여며도 온 몸을 휘감아 파고든다. 보령 성주사지에 부는 2월의 바람은 세상을 뒤엎을 기세다.

신라 불교는 왕실의 후원을 받는 교종이 번성하였다. 경전과 교리 공부를 으뜸으로 하는 귀족불교였다. 통일신라 말, 누구나 깨달음을 얻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불교가 퍼졌다. 그건 새로운 사상이었다. 당나라에서 유학하고 온 젊은 무염대사는 구산선문 중 성주산문을 열어 선종의 핵심 터전으로 삼았다. 성주사는 이천 여명의 승려들이 정진하는 거대한 사찰이 되었다. 민초들 또한 새 시대를 열고자 찾아들었다.

금당지 앞에 6.6m의 높이로 선 오층석탑은 그런 열망을 품고 긴 시간을 건너왔다. 많은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기에 정갈하고 아름답다. 연꽃무늬가 새겨진 불대좌 앞에 앉아 천년의 세월을 더듬어 본다. 늘씬한 오층석탑을 바람이 대고 지나자 고요한 절터는 수런수런 깨어난다. 보물 제19호인 오층석탑은 이층의 기단위에 오층의 탑신을 올린 통일신라 후대의 탑이다. 기단과 일층의 탑신 사이에 굄돌을 끼워 넣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 곧 고려의 석탑을 잇는 형식이 된다. 금당지 뒤편에 나란히 서 있는 세 기의 삼층석탑도 조성 수법이 비슷하다.

   
 

폐허가 된 절터에 태종 무열왕의 8대 손이며 진골이었던 낭혜화상 무염의 업적이 자세히 적힌 탑비가 거대한 풍채를 자랑하며 서 있다. 두 젊은이가 낭혜화상 탑비 앞에 한참이나 서 있더니 오층 석탑으로 다가온다. 언 손을 불어가며 열심히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나도 얼얼한 볼을 비벼대며 흐뭇하게 바라본다. 저들도 무염대사의 혼이 스민 이곳에 들어서는 순간 형식과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열망을 품었을 것이다. 그러기에 매운바람을 맞으며 너른 절터를 누비고 있다.

성주산은 보령의 진산이다. 깊은 숲과 계곡을 숨기고 있다. 물소리 청량한 봄날 다시 오라고 오층석탑이 나를 배웅한다. 배혜숙 수필가

경상일보, KSILBO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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