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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현 울산시 남북교류협력추진단장

길거리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유동인구가 없다. 식당마다 손님이 없고 곳곳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 우리 주변에서 매일 일어나고 있다. 매점매석이 벌어지고 여기저기에서 사재기소식도 들려온다. 경제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긴급재난 문자가 요란한 삐 소리와 함께 들어온다. 확진자의 신상을 털고 그가 다닌 지역을 무슨 큰 정보처럼 상세히 알려주고 있다. 왜 이렇게 모두 알려야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확진자가 지나갔다고 그 지역이 오염되는 것은 결코 아닌데 말이다.

대구폐렴 혹은 신천지 폐렴이란 표현은 심각한 혐오와 배제를 내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악착같이 우한폐렴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건 더욱 옳지 못한 짓이다. 우리나라 여행객을 입국 제한하는 국가에 대해 몹시 서운하고 기분 나쁜 것처럼 ‘중국인 입국제한’ 운운하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주장일 뿐이다.

세월호 사건 이후 온통 구원파와 유병언에게 공격의 초점을 맞춰 정부의 책임을 벗어나려 한 것은 전형적인 마녀사냥이다. 그렇듯 코로나19의 확산 책임을 모두 신천지로 몰고 그들의 예배형태와 포교방식, 이만희의 언행을 매일 보도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신천지가 자신들의 명단을 내놓고 방역에 협조 하는지 여부를 떠나 그들도 원치 않는 피해자임에 분명하다. 확진자들은 감염에 노출된 환자일 뿐 좀비가 아니다. 우리 모두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떤 정신 나간 논객은 신천지와 NL 운동권이 닮았다고 떠들고 어떤 철부지 인사는 이 난리 통에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강행하고 있다. ‘북한에서 코로나 발병자를 총살했다’고 아무 말 잔치처럼 떠드는 언론도 있다. 작금의 모든 사태는 하나님의 분노와 심판이라고 설교하는 망나니 목사도 있다. 섬뜩하다. 분명 정상이 아니다. 이 기회를 틈타 그동안 내면에 깔려 있던 온갖 혐오를 마구잡이로 양산하고 있는 것이다.

혐오의 양산은 심각한 범죄를 불러 올 수 있는 위험한 짓이다. 혐오범죄란 인종·종교·국가·성적지향·출신지역·나이·성별 등에 따른 혐오와 증오·편견에서 발생한 범죄를 말한다. 그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각종 혐오와 편견이 구석구석에 자리 잡으며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이것을 조장하는 행위는 그 어떤 이유로도 막아야 한다. 민심이 흉흉하다. 각종 재난 영화에 나오는 장면처럼 모두 ‘만인에 대한 만인의 이리’처럼 굴도록 두면 안 된다. 정치적 의도와 언론보도의 천박함과 맞물려 공포와 혐오가 왜곡 확산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필자는 코로나 확산보다 이것이 훨씬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공동체가 내적으로 붕괴되는 것이야말로 진짜 약도 없는 최악의 질병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치사율이 그렇게 높은 병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침투해도 모두 발병하는 것도 아니며 자연치유도 가능하다. 독감이 유행할 때 서로 만남을 자제하고 주의를 기울이듯 병의 전염을 막으면 될 일이다. 이것이 상식이다. 공동체는 서로 도와야 한다. 이웃에 확진자가 생기면 귀신만난 것처럼 놀라 도망갈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 몸을 던져 환자를 돌보는 의사의 심정으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물건을 사재고 혼자 집에 틀어박혀 라면만 끓여 먹고 있으면 되는 일이 아니다.

일본이 쿠르즈선을 봉쇄하여 탑승객 전체를 공포에 몰아넣고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된 사례를 잘 보아야 한다. 이 글로벌 시대 어느 지역이나 국가에 대한 봉쇄 혹은 차단은 전혀 가능한 방식이 아니다. 모두 예방과 면역력 높이는 노력을 기울이며 그 어느 나라보다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는 정부와 시의 방역대책을 믿고 다중이 모이는 활동을 자제하며 정상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어차피 인류는 앞으로 수도 없이 많은 변종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제발 의연하게 대처하자. 그리고 선거에 조금이라도 유리하게 끌고 가고자 혐오와 편견을 조장하는 발언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하자. 김창현 울산시 남북교류협력추진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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