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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한 울산

기사승인 2020.03.03  21:4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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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봄 정책, 일-생활 균형 보장 넘어
조화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우리 모두가 돌봄노동 주체가 돼야

   
▲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여성의 학력신장 및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 일·생활 불균형 심화, 만혼 및 비혼 증가, 비출산 증가, 가임여성 감소 등과 맞물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은 2000년대 들어 1명대로 하락하였고 급기야 2018년에는 0.98명으로 1명대 선마저 무너지면서 국가적 위기에 대한 사회적 우려를 낳았다.

이런 가운데 2018년 울산시 합계출산율은 1.13명을 기록하며 인천광역시(1.01명)와 더불어 1명 선을 유지한 광역시로 집계되었다. 그러나 인구 유지를 위한 합계출산율은 2.1명으로 알려져 있고 인구 감소 속도는 상당히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울산시는 보육료 지원, 세금감면,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로시간 축소 및 휴가 확대, 인사 우대 정책 등 다양하고 차별화된 출산장려정책을 추진해왔다. 특히 올해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도시 조성’을 울산시정 10대 핵심과제로 선정해 울산형 복지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2013년 2.6%였던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 2018년 28.3%로 상승하는 성과를 이뤄냈고 이는 전국 지자체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여성의 경력단절에 대한 두려움과 맞물려 결혼 및 출산에 대한 기피현상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울산시가 진정으로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행복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부분에서 고민하고 개선할 필요가 있다.

첫째, 돌봄의 사회화, 공공돌봄의 실효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존 돌봄정책에 대한 점검 및 보완이 필요하다. 울산시와 구·군 산하 공공기관에서 추진하는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직장 만들기’ 등의 정책은 주로 공기관 근로자 중심의 제도로,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로의 변화를 확산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정책을 민간기관 및 자영업까지 확대 적용해야 한다. 라테파파의 나라 스웨덴의 사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육아휴직의 90일을 오직 아빠만이 써야하는 ‘아빠할당제’로 육아휴직제를 시행했기 때문이다. 즉, 여성의 독박육아에서 아빠의 적극적인 돌봄 참여문화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계기가 필요하다.

둘째, 엄마의 퇴근 이후 삶이 가사노동으로 소진되는 것이 아닌 아이와 함께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여유 있는 시간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퇴근 전부터 마음 졸이며 허겁지겁 달려와 아이의 저녁을 준비하고 각종 집안일로 저녁 시간을 보낸 다음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지는 것이 어린 자녀를 돌보는 대다수의 맞벌이 여성들의 저녁 일상일 것이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으로 국무총리 표창까지 받은 부천시는 대표적 사업인 ‘엄마손 프로젝트’를 가동해 가사도우미를 파견하는 ‘워킹맘 가사지원서비스’ 등을 통해 맞벌이 여성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셋째, 기존의 보육 시설 공급 및 인프라 구축에 비해 틈새 돌봄이라는 사각지대가 여전히 방치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이른 아침 출근해야하는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침 1~2시간정도 돌봄이 필요할 수 있고, 최근 갑작스럽게 우리사회를 강타한 코로나19와 같이 재난 혹은 기타 이유로 인해 등교·등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맞벌이 부모들은 당장 아이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해 애를 먹게 된다. 즉, 부모의 근무시간을 아우르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돌봄 시스템의 마련 및 정착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제 워라밸(Work-Life Balance)을 넘어 워라하(Work-Life Harmony)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기존의 돌봄 정책이 워라밸의 기조에 맞춰 여성의 일과 생활 간의 비율적 균형을 찾고 여성의 돌봄 부담을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워라하의 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돌봄 노동의 주체가 되어 단순히 일·생활 균형(Balance)을 넘어 조화(Harmony)를 이루어 행복한 에너지가 가정과 사회 전체를 감쌀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가정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행복한 에너지가 충만한 상태로 출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 즐겁게 일한 뒤에는 역시 건강한 에너지를 가지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출산 장려 및 돌봄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양육비 보조, 육아휴직제도 도입, 근무시간 단축 등 기존의 복지정책만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 없다. 워라하 시대에 맞춰 가정에서 진정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실천적이고 세밀하며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복지정책을 마련해야할 때이다.

이미영 울산여성가족개발원장

경상일보, KSILBO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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