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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정문 전 울산강남교육장

요즘 지성을 갖췄다고 과시하는 저명인사들이 평소 그들이 하는 말과 행동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분들은 덕(德)보다도 지(知)가 앞선 사람들이다. 덕성은 도덕적 성격이고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자질이다. 사람은 덕이 높아야 한다. 덕이 있는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모인다. 그래서 공자는 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이라고 했다. 덕성은 여러 가지 요소를 내포 한다. 근면 정직 성실 협동 신의 책임감 포용력 겸손 등 모두 덕성에 속한다. 덕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걸리기 쉬운 두 종류의 질병이 있다. 하나는 교만이고 또 하나는 비굴이다. 교만은 강자나 권력자가 걸리기 쉬운 병이요 비굴은 약자나 아첨자에게 걸리기 쉬운 병이다. 그래서 요즘 그런 병에 걸린 사람들을 종종 보고 있다 .

일찌기 율곡은 선비 중에 가장 높은 것은 도덕에 뜻을 둔 사람이고 그 다음이 사업에 뜻을 둔 사람이며 그 다음이 문장에 뜻을 둔 사람이고 가장 낮은 것이 부귀영화에 뜻을 둔 사람이라고 했다. ‘든 사람’은 머리 속에 지식이 많이 든 사람을 이른다. ‘난 사람’이란 재주가 뛰어나 출세하여 이름난 사람을 말한다. ‘된 사람’은 인격이 훌륭하고 덕이 있어 사람 됨됨이가 된 사람을 가르킨다.

여섯 자녀 모두를 하버드대와 예일대에서 공부시켜 미국사회의 주류에서 전 오마바 행정부 보건차관보, 전 국방부법률 고문 등으로 ‘된 사람’을 키워 낸 전혜성 박사. 그녀는 자녀들에게 항상 덕승재(德勝才). 즉 ‘덕이 재주를 앞서야 한다’고 가정교육을 통하여 자녀들에게 강조하였다. 좋은 대학에 가서 엘리트가 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덕’을 갖춘 사람이 되는 게 먼저라고 가르쳤다. 아무리 재주가 뛰어나도 덕이 부족하면 그 재주는 빛을 잃고 마는 법이니 덕성을 강조한 그녀의 가정교육 방법은 우리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간호사는 직업생활로 들어갈 때 엄숙한 마음으로 ‘나이팅게일의 맹서’를 한다. 카톨릭의 수녀는 직업을 성소(聖召)라고 일컫는다. ‘하나님의 신성한 부르심’이란 뜻이다. 수녀는 허원식(許願式)을 거쳐 수녀가 된다. 하나님과 그리스도에게 나의 모든 정성을 바치겠다는 제 소원을 허락해 달라는 식이 허원식이다. 이 모두가 지식보다는 덕성을 요구하는 자신과의 약속이고 다짐이기 때문에 더욱 경이롭고 가치로운 것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이력서 특기란에 ‘청소’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는 청소의 달인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디를 가더라도 청소부 노릇을 하면서 먹고살아갈 자신이 있다. 남의 일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하여라” 이것은 도산 안창호 선생의 행동강령이었다. 이것이 도산의 인격의 핵심이다. 남이 모방할 수 없는 그의 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교훈이다.

자리이타(自利利他)란 말이 있다. 나도 이롭고 상대방도 이롭다는 뜻이다. 자리(自利)에만 밝고 이타(利他)에는 무관심한 사회에서는 아무리 삶의 질을 높이자고 외쳐도 소용없는 일이다. 덕을 갖춘 인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갈등과 아집만 있는 정치판과 노사의 산업현장이나 또한 관료사회에서도 새겨들을 말이다.

현재 우리의 마음의 밭은 극심한 이기주의와 갈등 때문에 자갈투성이요 잡초만 무성하다. 이런 황폐한 마음의 밭을 덕성이 넘치는 자리이타로 바꾸는 일이 시급하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내 자신이 먼저 ‘덕’을 가꾸는 일이 필요하고 시급한 과제이다. 이 사회 구석구석에 덕을 갖춘 인재가 필요하고 그리고 내편 네편 가리지 않고 그런 인재를 요소요소에 등용하는 일도 중요하다. 지성보다도 덕성을 갖춘 인재가 필요한 시대다. 윤정문 전 울산강남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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