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하나(일), 기회(기), 하나(일), 만날(회)

·평생에 단 한 번 만남. 또는, 그 일이 생애(生涯)에 단 한 번뿐인 일임.

·사람과의 만남 등 기회를 소중히 함의 비유.

일기일회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이다. 오래전 우연히 읽었던 법정 스님의 법문집 제목이기도 하다. 그때 나는 매우 우울한 삶을 살고 있었다. 법정 스님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때가 하나의 기회라고 하셨다. 이 말은 내 우울한 상황을 기회로 생각하게 하는 확실한 반전을 주었다. 그때부터 만나는 모든 순간을 탓하는 마음이 사라졌다. 당장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는 다소 침울한 상황에 갑자기 이 말이 떠오른다.

요즘 학교는 연일 매우 바쁘다. 그리고 결론도 없는 회의의 연속이다. 심지어 아직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오지도 않는 일에 대해 의논하는 일도 잦다. 아무런 대책도 없이 교육부의 온라인 개학 선(先) 발표 뒤 학교마다 이것에 대한 후속 대책 마련으로 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3번의 개학 연기 그리고 온라인 개학. 우리의 학교 교육은 한 번도 이러한 위기 상황을 맞은 적이 없다. 그래서 모든 논의는 사실 거의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작업이다.

우리 학교는 학교 홈페이지를 기반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시간표를 재조정해 블록으로 묶어 학생들이 하루에 2~3과목의 수업을 듣도록 했다. 아침마다 등교시간에 맞춰 홈페이지에서 반별로 출석체크를 한 후 자신의 수업 과목으로 간다. 수업은 파워포인트 녹화 방송, EBS 온라인 클래스, 네이버 밴드 생방송, ZOOM 등 다양한 콘텐츠가 활용될 것이다. 지금 학교마다 온라인 개학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출석 체크, 일과 운영, 수업 진행, 학생 관리 등이 9일부터 당장 시작될 온라인 개학에서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우리 교육은 위기마다 한 단계 발전했던 것 같다. 2009년 신종플루와 2015년 메르스사태로 인해 학교는 독감에 걸리면 출석을 정지하고 이를 출석으로 인정하게 됐다. 2017년 포항 지진사건은 학교에서 안전 및 재난교육이 매우 실질적으로 진행하는 계기가 됐고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 안전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해주었다. 2020년 코로나 펜데믹사태로 우리는 감염병과 개인위생에 대한 관념이 그 어떤 때보다 높아졌다. 지금 우리는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도 준비하지 못했던 교육을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된 것이다.

위기는 기회다. 이번 기회는 우리 교육에 있어서 진지하게 미래의 교육이 어떠할 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최악이지만 최고의 순간의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러한 역사의 현장 바로 한 가운데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우리 모두 미래 교육에 동참한다는 생각으로 변화에 대해 가질 수 있는 조그만 불만들을 조금씩 참고 견뎌나갔으면 좋겠다. 어쩌면 온라인 개학과 온라인 수업은 우리 모두에게 또 다른 기회일지도 모른다. 양수진 울산여상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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