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발견된 기업제도
농경사회에서 ‘토지’와 같아
기업 통해 국가의 위상 결정

▲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인간의 진화 역사에 있었던 여러 번의 특이한 전환점 중에서도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불의 사용이다. 고고학적 시간이 늘 정확하지는 않지만 160만 년 전에 인간이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인간의 입은 음식물을 섭취하는 단순한 신체부위에서 언어 구사를 위한 구강구조로 진화했다. 언어의 발달은 인간의 상호 협력을 촉진시켰을 뿐만 아니라 인지혁명을 거치면서 더 많은 연합을 가능하게 했고 나아가 도구의 발전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잉여생산물이 생기고 그것의 소유와 관리에 대한 문제가 파생됐다.

잉여생산물의 관리가 모계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면서 남성의 권력이 생겼고 차츰 남성 중심의 사회로 전환했다. 지난 2만년의 역사는 남자들의 힘을 바탕으로 하는 농업혁명과 결혼제도가 그 골간이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특히 4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기업의 제도가 생겼고 그로부터 서서히 남성중심 사회의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근육의 힘을 대신할 기계의 발명으로 여성의 남성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약화되면서 결혼제도의 도전도 함께 왔다. 그 단적인 예로 OECD 27개국 평균 비혼 출생률이 40.5%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역사 300만 년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진화하여 발전된 제도가 있다면 아마 기업제도일 것이다. 기업제도는 불에서부터 모계사회, 결혼제도, 기업제도 등으로 진화한 뿌리가 깊은 인간사 본연의 모습이다. 외국에는 천년이 넘는 기업도 있지만 이 땅에서의 기업은 길어야 100년이고 그것도 아주 소수에 불과하며 한국전쟁 이후 70년이 대부분의 역사이다.

짧은 기업사로 말미암아 ‘기업은 무엇인가’ ‘기업이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하여 지난 기업의 역사는 수난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가 잘못되면 기업에 관련된 모든 일들은 틀어지게 마련이다.

기업은 사회적 공기(公機)이다. 즉 농경사회에서의 토지와 같은 것이다. 할아버지가 농사짓던 토지를 아버지에게 물려주고 아버지가 아들에게 상속하여 경작을 계승하여왔듯, 소유권의 상속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토지가 바로 모든 가족의 생활 터전이라는 것이다.

기업이란 농경사회에서 모든 구성원의 중심에 있는 토지와 같은 부의 원천이다. 그 소유가 누구에게 있던 이 사회 구성원이 갈증날 때 마시는 물과 같은 것이다. 국가 지도자에게 위대한 기업은 그 자신과 그 나라의 자부심이다. 전시에 국방력이 국력이라면 평시에는 기업의 힘이 국력이다. 기업을 통해서 국가의 위상이 결정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최근에 발견된 기업이란 제도는 사회적 공기, 생활터전, 부의 원천, 물, 구성원의 자부심, 국력, 국가의 위상 등 많은 정의가 존재한다. 긍정적인 정의가 넘칠 때 인간의 삶은 활기를 띠고 반대로 그 정의가 비뚤어질 때 기업들은 사라질 것이다.

80년대 대학가에서는 대만처럼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과 대한민국처럼 대기업 중심의 정책 중 어느 것이 옳은 가에 대한 연구와 논쟁이 많았다. 대만처럼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이 옳다는 것이 대부분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후자의 편에 서 있었다. 2017년 5월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되어 어려운 경제 여건 하에서도 법인세를 인하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는 정책을 취하면서 독일의 경제성장률(0.2%)을 넘어서 0.3%의 성장률을 나타내었으며 실업률 또한 두 자리 숫자(10.1%)에서 1.1% 감소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의 실업률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노동유연성 문제를 풀지 못하여 내국기업들이 계속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 삼성은 베트남 경제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정도로 그곳에서 커져버렸다.

최근 두산중공업 위기를 보면서 기업에 대한 이 사회 구성원들의 시각이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비단 정치권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울산은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도시이다. 울산의 미래도 장담할 수 없다. 파업으로 연속된 울산의 모습은 기업 경영자들에겐 많은 상처를 남겼다.

가을이 와서 낙엽을 보기 전에 겨울을 준비해야 한다. 기업제도는 인간의 결혼제도 만큼 오랜 기간 남아 있을 소중한 유산이라고 기억해야 한다. 서재곤 대형타이어유류(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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