쌉싸름한 흰빛인가, 쓴내 나는 가시 울은
미로 같은 가지사이 해진 기억 지나가고
할머니 콧물이 묻은 손수건 빛 꽃이 폈다

▲ 김정수 시조시인.

탱자꽃은 무수한 가시 사이에 핀다. 종달새가 날아와 꽃잎에 세수를 하고 포르르 날아가는 봄날. 어쩌자고 여린 꽃이 가시를 감싸고 제 피를 걸러 향기를 길어 올리는지.

쌉싸름하고 아련한 꽃에서 시인이 건져올린 어제같은 추억 하나, 탱자꽃빛 손수건으로 손녀딸 콧물을 닦아주던 할머니.

그땐 사랑인 줄 몰랐다.

먼 길을 걸어온 지금 탱자꽃이 피면 새삼 그리운 날. 김정수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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