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장례식장 가게되자...

경북 장례식장 가게되자
아이들 시댁에 맡겨두고
한달치 음식 미리 장 봐둬

소독된 격리공간서 식사
이동땐 자동차·계단 이용
지나온 복도는 소독·환기
“무증상…2주 격리 지킬 것”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사회적 이완 분위기가 역력하다.(본보 4월7일자 7면) 최근에는 전국적으로 자가격리 위반자들이 잇따라 고발되는 등 신종코로나 확산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북 지역을 방문한 울산의 한 부부가 방문 전후 사전 대비와 자발적 14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사례가 알려져 본보기가 되고 있다.

울산 중구에 거주하는 정모(여·27)씨는 경북 고령의 외할머니 장례식장을 다녀온 직후 나흘째 자가격리 중이다. 외할머니의 부고를 들은 건 지난 2일. 그러나 부고 소식을 듣고도 정씨는 신종코로나 걱정에 선뜻 장례식장 방문을 결정할 수가 없었다.

취재진과 서면으로 인터뷰를 한 정씨는 “장례식장을 갈 지, 말 지를 고민하는 것조차 너무 괴로웠다. 그래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면서 “아무리 조심을 해도 혹시나 신종코로나에 걸리면 아이들은 물론 주변인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걱정이 가장 컸다”고 당시의 중압감을 설명했다.

남편과 상의를 한 끝에 정씨는 결국 다음날인 3일 아이들을 시댁에 맡겨놓고 고령의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장례식장 방문 전 원칙을 세웠다. 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를 이용하고 마스크와 소독제, 살균 소독이 가능한 전해수기 등을 챙겼다. 장례식장에 도착한 직후에는 마스크를 상시 끼고 있었고 혹시 몰라 6시간마다 교체를 했다. 방문객과 최대한 대화를 줄였고, 물과 식사조차 별도의 격리된 공간에서 우선 소독을 마치고 했다고 한다.

울산의 아파트에 도착한 직후에도 부부는 밀폐된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해 고층의 집까지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는 살균 소독이 가능한 전해수기로 자신들이 지나온 복도를 소독하고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부부는 둘 다 직장에 휴가를 내고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간 상태다. 식사는 출발 직전 마트에서 한달 치 장을 봐와 집안에서 직접 해결하고 있다.

정씨는 “시댁에서 운영하는 회사를 다니고 있어 2주 휴가는 어렵지 않게 받을 수 있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혹시 모를 일이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자가격리 중 가장 힘든 일은 아이들이 보고 싶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의 자녀들은 불과 3살과 4살로, 정씨는 울산에 돌아온 직후에 곧장 자가격리에 들어가 자가격리가 끝날 때까지 아이들을 볼 수 없는 상태다. 그나마 하루에 한 번 영상통화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정씨는 “우리로 인해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데 제일 신경을 많이 썼다. 다행히 아직까지 우리 둘 다 무증상이지만 2주간 자가격리는 꼭 지킬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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